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에 서서
나는 사과를 쥐고 있었다
깨물면 모래알이 입안에 퍼질 것 같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초록불이다
나에게 사과를 쥐어준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부터 자꾸만
같은 말을 반복 재생하고 있는데
깜빡, 깜빡
너를 만났다
그때부터
사과는 메아리가 되었다
집에 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는데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중요한 건 건너편에 누군가
깜빡,
늙은 남자가 신호등 옆에 서서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근데 없네요
할멈이 굳은 살 벗겨지라고 사과를 쥐어줬소,
이런, 네 번째 빨간 불이 되면 안되는데
자꾸만 입에서 모래알이 씹힌다
이건 사과일 뿐이잖아
아니, 사과나무인가?
늙은 남자가 파지를 주워 입는다
등이 굽었다
고장난 뿌리 같이
꽃씨 하나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는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것들이 이곳에 쌓인다
저기 있다고,
알려주지 못했다
내일엔 모래집을 지어야겠다
그 위에 사과나무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