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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칼럼 淸風明月] 말산업 종사자 울분만 키운 한국마사회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회

김문영 글지
  • 입력 2021.01.21 13:03
  • 수정 2021.01.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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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는 경마를 스포츠의 왕으로 대접하는데 ..... 경마=도박 전제하에 펼친 토론회 실망감 키워

비대면 비접촉 온라인 토론회 장면, 유튜브 방송 캡쳐
비대면 비접촉 온라인 토론회 장면, 유튜브 방송 캡쳐

 

 

1월19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원회 이개호위원장을  비롯 위성곤 의원, 김승남 의원, 윤재갑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이만희 의원, 정운천 의원(이상 국민의 힘) 등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마사회가 주관한  '한국경마 상생 거버넌스 구축 및 한국마사회 미래상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한국 경마산업 주요 현안에 대한 각계각층 의견 수렴과 한국마사회 혁신 방향이 모색됐다. 

발제는 한국마사회 사업과 조직에 대해 진단하고 혁신방안을 도출하는 컨설팅을 수행했던 삼일회계법인의 유옥동 상무가 맡았다.

유 상무는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절차의 투명성과 결과의 공정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기존 한국마사회의 구조가 이러한 부분에 부합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상생을 기반으로 한 한국경마 발전방향과 함께 한국마사회의 향후 정체성과 미래상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계약 및 고용구조 개선 △사업장간 제도차이 완화 △공적기능 강화 위한 거버넌스 개편 △기금적립 및 운영체계 구조개선 △직접적 재원확보 집행 △이해관계자 권익보호 △동물 복지 등 다양한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을 좌장으로 박준휘 법무‧사법개혁연구실장, 김혜진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박대흥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마사회 조직문화 혁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면서 “마사회와 경마 관계자의 위계적 관계 개선이라든가 비리에 둔감한 마사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신뢰감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휘 실장은 “온라인 마권 발매가 초기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불법사행산업 중독자를 합법사행산업으로 유도할 수 있다”라면서 “이번 위기를 경마산업 구조 변화와 혁신 기회로 삼아 경마산업이 가진 본연의 순기능을 확대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지영 로앤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그간 정부는 경마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듣고 산업 방향성 제시하기보다는 당장 큰소리 나지않게 국민 정서 눈치만 보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 뒤, “경마산업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정부가 명확하고 거시적인 방향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위원장은 발제내용에 레저문화산업으로서의 비전 제시와 장외발매소 정책의 미흡을 지적했다.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온라인 마권발매는 미래 말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 라며 붕괴하고 있는 말산업을 살려내기 위해 하루속히 온라인 마권발매 법률안을 제정 시행해줄 것을 호소했다.

박대흥 조교사협회장은 "현장을 배제한 정책시행으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고 강조하며 "향후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자유 토론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중심으로 의견이 대립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경마 중독을 조장할 수 있는 온라인 발매는 미래 경마산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비대면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코로나 잠잠해지면 오프라인 경마장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유옥동 상무는 “온라인 마권발매는 말산업이 현재 어려워서 도입한다기보다 시대적 변화로 봤을 때도, 경마산업 생태계 유지를 전제로 언택트 트렌드 변화에 맞춰야 한다”라면서 “다양한 우려에 대한 부분은 여러 안전 장치 마련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휘 실장은 “온라인 발매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경마산업의 발전을 공통 목적지로 생각한다면, 결국 수단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른 차이”라면서 온라인마권발매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일반 참가자들의 토론도 있었다. 김병홍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표는 "경마보다 사행성이 높은 복권과 토토는 온라인 발매를 하면서 마권은 발매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종합 답변에 나선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여러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은 것같다"라면서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무조건 마사회 편을 들 수도 없는 부분”이라면서 “국민 공감대 조성이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복권과 토토는 온라인 발매를 하면서 마권은 왜 하지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비교할 가치가 없다'라고 반응했다.

말산업육성법에 의한 전담 기관이며 한국마사회법에 의한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의 실무자가 할 소리인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니 말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상급기관을 과거처럼 문체부로 옮겨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대체 말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의 관리자가 다른 나라의 말산업 현황을 파악이나 하고 한국의 말산업을 이해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의심스런 상황이다. 다른 누구보다 앞장서서 말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할 당사자가 마치 남의 일인양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말산업 종사자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해 했다.

편견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편견은 사회를 멍들게 한다. 편견은 갈등을 부추겨 국가와 인류의 평화를 해친다.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편견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는 전체주의 독재로 흐르게 된다.

경마가 단순한 도박이 아닌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경마산업은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경마)-생산으로 이어지는 순환 사이클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경마를 시행하는 이유는 질좋은 경주마를 골라내기 위한 과정이다. 경마를 통해 질좋은 경주마를 찾아내고 그 경주마가 은퇴 후 자마를 생산해 점점 더좋은 경주마를 발굴해내는 것이 세계 경마의 역사다. 그래서 경마를 '혈통 스포츠'라고 한다. 경마시행국들은 말의 족보, 즉 '혈통서'에 등록하지 않으면 경주마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공교배도 인정하지 않고 자연교배로 태어난 말만 경주마가 된다. 유명 씨숫말과 교배를 하기 위해선 수억원에 달하는 교배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씨숫말은 몸값이 수백억원에 달한다.

마권을 구입하는 과정은 주식보다 더 정교한 추리와 분석이 필요하다. 경주마의 아비와 어미의 혈통은 어떤지, 어느 목장에서 태어났는지, 육성 순치 과정은 어떤지, 어느 조교사가 관리하고 훈련시켰는지, 어느 기수와 호흡이 잘맞는지........등 무려 100여 가지가 넘는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소위 사행 행위에서 규정하는 요행이나 운에 의존할 수 없는 것이 다. 복권이나 토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행성이 현저하게 낮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들은 경마를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으로 대접한다. 대한민국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경마를 도박으로만 여기고 있으니 한심하다.

말산업은 글로벌산업이다. 세계와의 경쟁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현대적 말산업은 경마와 승마로 대표된다. 지구의 절반 정도 국가에서는 마육도 말산업의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 일본에서 시작해서 몽골과 중국,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 동유럽과 서유럽의 프랑스까지 많은 나라들이 말고기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취급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1922년 이후 대한민국은 경마산업이 말산업의 전부로 인식되어 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포츠의 왕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경마=도박으로 홀대받고 있다. 경마를 시행하는 한국마사회는 복마전으로 취급받고 있다. 경마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들이 이어졌지만 모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입견과 편견, 확증 편향에 의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깊어졌다. 1차산업부터 2,3차산업을 포함하여 4차산업을 아우르는 소위 6차산업인 말산업의 특성을 고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말산업은 일제에 의해 식민지 통치의 수단으로 접목했다. 일제는 1919년 3.1독립운동 이후 식민지 통치정책을 강압정책에서 우민화정책으로 바꾼다. 1922년5월 한강철교 아래 백사장에 새끼줄을 쳐놓고 말들의 달리기 시합을 한 것이 한국경마의 태동이다. 조선 백성들을 우민화시키기 위해서 경마를 도입한 것이다. 해방은 되었으나 ‘조선마사회’라는 이름을 ‘한국마사회’로 명칭만 바꾸었을 뿐 일제의 경마시행 제도를 그대로 답습했다. 세계의 선진국들이 경마=스포츠의 왕으로 각광받는 동안 한국은 베팅만 있고 문화는 없는 정책을 시행해 경마=도박의 황제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점점 고착화시켰다.

이제 이러한 역사적 적폐를 거둬내야 한다. 일제의 잔재와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가능하다. 말산업육성법과 한국마사회법을 하나로 합쳐 말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그 법에 의해 한국마사회는 가칭 ‘말산업진흥공단(원, 처 등 합리적 이름 부여)’으로 거듭나야 한다. 현재의 한국마사회는 일제의 잔재를 그대로 물려받은 조직으로 없어져야 마땅하다. 한국마사회라는 이름으로 국민과 친숙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마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전문직과 기술직을 우대하는 시스템으로 환골탈퇴 해야한다. 경마시행은 경마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말산업진흥공단의 산하기관으로 두어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와 경륜 경정을 운영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새로운 기구 말산업진흥공단은 승마 대중화와 경마 세계화에 힘쓴다면 경마=도박, 승마=귀족스포츠, 한국마사회=복마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조선부터 이어온 웅혼한 기만민족의 기상도 드높일 수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한국경마 상생 거버넌스 구축 및 한국마사회 미래상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회'는 말산업의 세계적 현황이나 본질은 내팽개친 채 경마=도박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토론을 펼쳐 진정한 말산업 발전정책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말산업과 관련한 법이 2개가 있다. 하나는 '말산업육성법'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마사회법'이다. 말산업육성법은 승마를, 한국마사회법은 경마시행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2개의 법을 하나로 합쳐 올바른 말산업 발전 방향을 정립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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