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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75] 단 한명의 진정한 팬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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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8일 강원도 평창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3리그 베이직' 고양시민축구단과 평창FC간의 대결. 고양시민축구단이 규정시각을 2분 넘기고 상대팀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 1대1에서 2대 1로 역전 골을 터트린 안명환 선수가 골을 넣자마자 달려간 곳은 벤치도 아니고 같은 팀 동료도 아닌 텅빈 관중석에 홀로 90분 넘게 목청 터지게 응원한 단 한명의 팬이었다. 고양시에서 무려 200킬로미터, 왕복 4시간 거리를 기꺼이 차를 몰고 와서 고양시민축구단의 앰블럼과 기를 걸고 북을 치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독려했던 단 한명의 팬, 선수의 폴더인사를 받은 팬은 감동에 북받쳐 연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계속 ‘고양’을 외쳐대었다. 이날 경기로 고양시민축구단은 올 시즌 첫 승점 3점을 따냈고 지난 3월 24일 시즌 개막 후 7연패에서 벗어난 첫 승리였다.

역전골을 넣은 안명환 선수가 팀을 응원한 단 한명의 팬인 라대관 씨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라대관씨는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사진갈무리: 유튜브 채널 비프로일레븐 - bepro100

유튜브 채널 '비프로일레븐 - bepro100'에 5월 23일 올라온 영상은 뜨겁고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고양에서 자동차정비사로 일하는 31살의 라대관 씨는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저에게 고마워하고 있는데, 저도 똑같이 선수들에게 고맙다. 서로에게 감동을 많이 받는다. 주변에서 왜 비인기팀을 응원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고양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기 때문에 팀을 응원한다"고 말하며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처음엔 작은 팀이었다. 유명 팀들도 지역 팬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팀이 된 것”이라고 고양시민축구단에 대한 사랑과 응원을 당부했다. 또한 선수들과는 일체 개인적으로 연락이나 SNS 등을 하지 않고 오롯이 팀과 축구 자체만을 사랑하고 묵묵히 응원한다는 자세를 밝혔다. 바로 이게 진정한 팬의 자세이자 마음이다.

팬이 없는 스포츠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저 단순한 공놀이에 불과할 뿐이고 음악 역시 듣지 않으면 종이쪼가리에 끼적인 낙서에 불과하고 듣고 아무 감흥이 없다면 소음에 불과하다. 듣고 보고 알아주고 같이 해주며 그 진가를 인정하고 아낄 때에야 만이 가치가 있고 소중하며 진의가 살아난다. 특히나 음악은 추상적이고 스포츠와 같이 확연한 결과가 밖으로 들어나는 게 아니라 더더욱 어렵고 외로운 길이니 힘이 되주는 진정한 팬이 절실하다. 연주는 겉으로 보이는 행위(Perfomance)라도 있어 흘린 땀과 노고를 화려한 기교와 연주력에 비례해 애정하고 흠모하며 흠뻑 빠지겠지만 음들의 조합이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곡’의 영역은 모든 사람들이 낯설고 생소하고 모르기 때문에 외면 받고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핸디캡이 늘 존재한다. 음악 자체가 아니라 아름답고 화려한 연주자, 거기서 내뿜어대는 카리스마와 현란한 기교 등의 외형에 도취된다면 절대 그건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적인 관계로 인한 팬심은 일상에서의 사람사이의 관계와 똑같다. 좋을 땐 간과 뇌도 빼줄 듯이 확 타오르다가 자그마한 것에 스스로 빈정이 상해 삐지고 돌아서며 팬에서 안티로 돌변한다. 연주하는 곡에 대한 이해는 없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아는 사람이 부르고 노래하니 좋아서 따라다닌다. 우리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수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정체되어 있는 건 리차드 용재오닐, 디토 앙상블 등등 수많은 대가들과 스타플레이어 들이 출몰했지만 그들에게 쏠렸던 스포트라이트가 클래식 음악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건 클래식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도 마찬가지라서 TV조선 방송 미스트롯을 통해 선보인 가수는 그저 휴먼스토리로서의 ‘장윤정 동기’로 한동안 회자될 뿐, 정작 그 가수의 노래는 알지도 못한다. 자기 돈 내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오지도 않고 어중이떠중이로 휩쓸려 염불엔 관심 없고 잿밥 먹으러 와서 밥이 어쩌네 반찬이 어쩌네 하는 마당에 무슨 예술가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있겠는가! 예술가란 일반인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현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여 사회에 투시하여 반영하는 존재니 예술가를 하나의 틀로 정의하고 재단하려는 작태는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광희 평론가가 출연한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의 대담장면; 사진갈무리: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
최광희 평론가(왼쪽)이 출연한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의 대담장면; 사진갈무리: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

개인적으로 봉준호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향문제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자신들의 정권유지에 방해되고 해가 된다는 예술에 예자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이 자신들의 기준과 잣대로 봉준호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탄압하고 폄훼하더니 그런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인 27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의 인터뷰 장면이 인상 깊다.

앵커: 이번 칸 영화제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은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이자 칸 영화제는 어느 정도 권위있는 시상식인가요?
​최광희 평론가: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시나요??? (하루종일 방송에 불려다녀 지치고 신경이 곤두선 날카로운 모습으로)
​앵커: 예?(당황하면서) 아니요......
최광희 평론가 : 우리나라에선 딱 그정도입니다.......우리 영화가 상을 받았을 때만 권위 있는 영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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