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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73] 인공지능과 음악 ②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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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1일 인공지능과 음악 기사에 이은 이루다가 촉발한 AI에 대한 미래와 대처방안

80년대, <신검의 전설>이란 8Bit용 Apple 게임이 있었다. 국내 최초 RPG게임이란 선전문구와 함께 그 시대 젊은 신세대 벤처게이머들이 만든 게임으로 비록 전설의 RPG게임인 <울티마>의 아류작이긴 했지만 한글로 롤플레잉을 즐길 수 있는 자체가 감격이었다. 그 당시 기술의 한계로 커맨드는 타이핑을 쳐야 하는 방식이었는데 게임 내 군주인 남인환(개발자 이름이기도 하다)에게 게임 진행 내 여러 힌트를 물어보면 답을 해주었다. 일정 단어가 한정적이라 그 외 것들은 '모르겠다'라는 천편일률적인 답을 내놓았어도 뭔가 입력해서 컴퓨터가 답을 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 사람들은 별의별 시답잖은 걸 입력(김일성 언제 죽어? 내 시험 성적은? 따위의)하면서 낄낄거리며 재미있어했다.

인공지능 쳇봇 '이루다', 사진 갈무리: 이루다 페이스북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래아(來兒)'는 가상공간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외형에 AI 기술로 목소리를 입힌 캐릭터다. 래아는 올해 23세의 여성이며 SNS에서 작곡 활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다. 래아는 실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고 팬들과 소통 중이며, 현재 게시물은 77개, 팔로어는 5790명이다. 혐오, 차별 등의 윤리 문제가 불거져 잠정적으로 서비스가 중지된 이루다 AI쳇봇인 '이루다'는 2021년 벽두를 장식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앞으론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고 인간의 영역을 잠식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턴 인공지능이 부모, 친구 역할을 해주면서 같이 그림도 그려보고 작곡도 해보고 연주와 합창, 시와 소설 쓰기, 요리법과 게임 만들기를 한다. 인간 친구들과 인공지능 친구들의 구성을 달리해서 이런저런 합창을 해 본다든지, 어느 순간의 정서를 시나 수필로 남기면서 인공지능한테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해달라고 하면서 즐길 것이다. 게임에선 이미 인공지능이 필수다. 내가 실제로 조절하는 본케 말고 게임 내의 다른 NPC들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인공지능으로 돌아가는데 게이머의 의도와는 반대로 행동을 해서 복장 터지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 혼자 하는게 아니라 이미 여러 사이보그랑 같이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디자인한 가상 인간 ‘래아’가 CES 2021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왜 인간이 아닌 가상 사이보그에 빠졌을까? 외롭고 험한 세상에 언제든 맘 놓고 대화를 청하고 속내를 털어놔도 어떤 무엇을 하더라도 대꾸를 해주는 상대.. 인간과의 소통은 사실 고통을 동반한다. 의도치 않은 오해와 원하지 않는 갈등은 이루말할 수 없다. 인간만큼 복잡다단하고 이기적이며 조석변심하는 존재가 없어 인간이 인간에 의해 회복되지 못하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외롭기 때문에 의지할 타인이 필요하다. 아무 말이고 생각 없이 보내버리면 반드시 답이 오고야 마는 이루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같이 해주는 충성스러운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 R2-D2와 C3-Pro. 복잡한 세상 속 고립되고 단절된 내게 언제든 찾으면 다가와 꼬리를 흔들어 주는 애완견 같은 기쁨을 준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 빨라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와 같은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의 종(種)이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거기에 인간의 불안함이 내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 R2-D2(오른쪽)와 C3-Pro.

인간의 본질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세상에 내놓은 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인간이 감당할 인간의 몫인 건 자명하다. 그럼 인간은 어떤 삶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까? 공존인가? 대립인가? 종속인가? 파괴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 본연의 마음을 회복하면서 인간끼리의 따뜻한 연대와 협동만이 인공지능의 시대에 길들여진 이기심에 발로한 탐욕, 오락과 쾌락, 값없이 얻어지는 편리에 지배당한 인간들은 인공지능과는 별개로 개돼지보다 해로운 존재라는 건 이미 증명되었다. 인간다움의 유지? 때 되면 언제나 척척 애완견 앞에 대령하는 사료와 간식보단 더 복잡하고 심오하며 반드시 재미는 없을 테다. 그놈의 재미 타령이 블랙홀로 모든걸 빨려 들어가는세상이다. 재미로 따지면 트로트 만한게 없다. 그에 비해 지구종말 시 외계인에게 '인간'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 녹음해서 우주선 보이저 1호에 실어 날린 '지구의 소리'(The Sound of Earth)라는 LP에 수록된 베토벤의 현악4중주 13번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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