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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취약 노동자에게 법은 없다

신영배 전문 기자
  • 입력 2021.01.13 09:04
  • 수정 2021.01.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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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경비원 5명 모두 해고당하셨다면서요? 왜 해고당하셨어요?

경비원 : 입주자대표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입주자대표회장이 용역관리업체에 5명 모두 교체하라고 했습니다.

기자 : 근로계약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 데 불법해고 아닌가요?

경비원 : 저도 불법해고라는 건 알지만, 용역업체에서 순수히 사표 쓰면 재취업 시켜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해서 사표를 썼습니다

기자 : 명백한 갑질성 불법해고인 데 고소하시겠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경비원 : 저희들이 고소하면, 입주자대표회장이 용역업체에게 업체용역 위탁재계약을 안하겠다고 할 것이고, 용역업체만 불법해고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들의 재취업도 보장이 안됩니다 ㅠ

기자 : 고소를 안하시면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경비원 : 억울하지만 당분간 용역업체의 선처를 기다려보는 수 밖에요 ㅠ. 기자님의 취재 보도도 제가 요청할 때까지 하지 말아 주세요.

(노무사의 의견에 따르면 노동자가 사표를 쓴 상태에서는 불법해고나 강요죄를 다투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평화시장 전태일 열사 동상 옆에 있는 동판

 

 

위 대화는 최근 해고통보를 받고 사표를 제출한 안양소재 H아파트 경비원과 본 기자의 대화내용이다.

위와 같이 대부분 비정규직 취약노동자에게는 법이 있지만 법 적용이 않되거나 법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 경비원같은 취약노동자는 퇴직금 규정이 있지만 1년미만 근로계약기간으로 퇴직금을 못 받게 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편법으로 휴게시간을 늘려 월임금은 도로 깍인다. 휴게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지만 휴게시간중 임금 청구는 꿈도 못 꾼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경비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은 적용조차도 안되고 있다. 대부분 경비원은 24시간 맞교대라는 전근대적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법정근무수당,초과근로수당,야간수당같은 법률 조항은 적용이 안된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고, 법이 있더라도 갑들의 편법과 불법행위에 스스로 대항할 꿈도 못꾸는 비정규직 취약노동자들...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다수이지만 정부도 지자체도 노동단체도 그 규모와 구체적 실태에 대한 자료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코로나 난국에 직면하여 정부, 지자체, 노동단체의 특별하고 계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평화시장 앞에 있는 전태일 열사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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