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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70] 음악은 기쁨이고 희망이며, 평화이자 형제애이며 사랑(love)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07 12:50
  • 수정 2021.01.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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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해(Annus horribilis)’를 뒤로하고 1월 1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에서 올해도 어김 없이 열린 무관객 신년음악회

올해도 빈 신년음악회는 개최되었다. 유럽 클래식의 메카 빈(Wien)이 수도인 오스트리아에서도 일일 확진자가 2000명 안팎에 이르고 1월 중순까지 음악회가 중단된 와중에 신년 음악회만 이례적으로 허용되었다. 1939년 송년음악회(12월 31일)로 시작된 신년음악회는 1941년부터 매년 1월 1일 열리면서 2차 대전 중에도 열렸던 이 콘서트가 80여 년 음악회 역사상 처음으로 관객 없이 비대면이긴 했지만 그래도 열렸다.

1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Photo by Dieter Nagl/Xinhua)
1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Photo by Dieter Nagl/Xinhua)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이자 빈 필 명예단원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개인 통산 여섯 번째(1993·1997·2000·2004·2018) 신년음악회 지휘대에 올랐다. 통산 550여회 빈 필을 객원 지휘한 팔순을 바라보는 백전노장 마에스트로는 “신년 정초에 음악이 울려 퍼지지 않는 무지크페어라인은 무덤과도 같을 것이고, 전 세계에서도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음악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세계를 상대로 설득했다. 빈 필의 단장이자 제1바이올린 단원인 다니엘 프로샤우어는 “신년 음악회를 통해 희망과 낙관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이 음악회는 즐거운 순간뿐 아니라 어두운 시절에도 우리와 함께했다"라고 말했다.

1939년 시작된 신년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의 흥겨운 무곡(舞曲)과 요제프, 에두아르트 형제의 왈츠·폴카·행진곡 중심으로 진행된다. 콘서트가 열리는 빈 무지크 페어라인(Wiener Musikverein)은 1870년에 건축된 곳으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 콘서트홀로서 대강당(Große Musikvereinssaal)은 그 화려한 건축 방식으로 인해 황금홀(Goldener Saal)이라고도 불리며 여기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는 빈 시립 정원 등에서 조달한 수많은 꽃으로 평소와는 다르게 화려하게 장식한 모습하고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병행하는 '스탠딩 바이올리니스트(Stehgeiger)', 단원들의 합창, 공포탄 격발, 새해 인사 후 터뜨리는 꽃가루 폭죽 등 다양한 이벤트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배가한다.

1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Photo by Dieter Nagl/Xinhua)
1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Photo by Dieter Nagl/Xinhua)

2021년 1일(현지 시각), 관객 없는 객석을 향해 가볍게 목례만 보낸 뒤 곧바로 시작된 이번 신년 음악회는 박수와 환희는 없었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빠른 폴카인 ‘근심 걱정 없이(Ohne Sorgen)’를 연주할 때는 단원들의 “하하하하”라는 웃음소리만 공허한 메아리로 퍼졌다. 온라인으로 90국 7000명의 사전 신청을 받아서 박수 소리를 녹음한 뒤 1부와 2부가 끝날 즈음에 장내 스피커를 통해서 틀어줬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전주를 시작하면 관객들이 서둘러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내는 단원과 관객들이 함께 만드는 무언(無言)의 전통도 사라졌다. 여느 때처럼 신년 음악회의 마지막 앙코르는 힘찬 ‘라데츠키 행진곡’이었지만 행진곡에 맞춰 관객들이 손뼉을 치는 장면도 만들 수도 없었다.

올해 팔순의 무티는 빈 필 데뷔 50주년을 맞아 신년음악회 지휘와 함께 올 가을 빈 필 아시아 투어를 이끈다 (C) Dieter Nagl
올해 빈 신년음악회 포디움에 선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C) Dieter Nagl
“우리는 라틴어로 ‘끔찍한 해(Annus horribilis)’를 보냈지만, 여전히 음악은 기쁨이고 희망이며, 평화이자 형제애이며 사랑(love)입니다. 우리 음악가들은 살인(killing)이 아니라 꽃(flowers)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지요. 음악은 엔터테인먼트가, 직업이 아니라 사회를 낫게 하고 마음의 건강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음악을 더 나은 사회를 갖기 위한 기본 요소 중 하나로 간주하라고 전 세계 모든 정치인과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 -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국내에서도 음악회는 복합 상영관 메가박스(2일)와 KBS 방송(4일 새벽)을 통해서 중계됐다. 온라인 음원은 오는 8일, 음반(CD)은 이달 말, 영상(DVD)은 다음 달 국내 출시된다. 이번 연주회를 위해 빈 필 단원들은 연주회 직전까지 매일 리허설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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