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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청람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1.04 21:30
  • 수정 2021.01.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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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淸覽)

접때는 이우지 여든 살 할머니 한 분
애걔걔, 내 시집 좀 달란다
일주일에 둬 번 읍내 나가 시를 밴다는데
좋잖은 내 시들 어쩐댜
전혀 볼거리란 없단데두
대이구 달라는데야
떨립디다 낯 뜨겁습디다
뻣뻣하고 질긴 말도 아니요
풀잎에 슬리고
나뭇가지에 긁히고
새들한테 파먹힌 말도 아니요
바람에 트고
볕에 탄 말도 아니요
덧정 없이, 맛대가리 하나 없이, 뚱하니
속 터지는 말도 아니요
그저 메스껍고 야들야들한
저 대처것들 말뽄새뿐
그러나 어쩔 수 없어 시집을 드릴라커니
나 이렇게 써 줬습죠
여기 할매요,
부디 좋게도 맑게도
보아 주지 마소 그러구러
돼도 안 한 내 시집일랑
장독이나 덮으시구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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