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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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읽는다는 것
  • 이주형 전문 기자
    이주형 전문 기자 ljhljh0703@gmail.com
  • 승인 2021.01.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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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읽는다는 것

 

간간 노래를 듣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한다. 순수한 호기심 혹은 작은 공감대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눈을 보며 나는 기꺼이 “Yes” 라 대답한다.

사실 엄밀하게, 오해의 소지 없이 말하자면 노래의 ‘음’ 까지는 느끼지 못한다. 박자에 맞춰 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들을 뿐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랩을 더 좋아했다. 발음 교정을 위한 언어 재활치료도 아웃사이더의 랩으로 하곤 했다. 발음은 다소 나아졌지만 부작용이 있다. 가끔 말을 천천히 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듣는다.

요즘은 보청기로 미디어 매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술력이 참 좋아졌단 걸 새삼 실감한다. 이전의 내 노래를 듣는 방법은 다소 극단적이었다. 음량을 최대로 높인 채로 이어폰을 귀에 꽂거나, 노래가 흘러나오는 스피커에 보청기를 최대한 가까이 가져다 대거나. 확실히 둘 다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전자는 정작 나는 안 들리는데 새어 나가는 소리로 주위 사람들이 듣는 아이러니함이 있었고 후자는 듣기평가 테스트를 보는 느낌이라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은 친하지만 당시에는 사이가 어색했다 할 수 있다.

물론 보청기로 듣는다고 해서 노래를 100% 향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소리가 전체적으로 키워진 느낌이기에 음도 전체적으로 뭉개져 들리고 높낮이의 구별이 안 가는 등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끔 모창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친구의 김장훈 모창 퍼포먼스에 주위가 다 웃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내가 모르는 뭔가 있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점들이 내가 노래를 감상하는데 있어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음을 모른다 해서 가사에 담긴 감정을 모르진 않는다.

내가 노래를 감상하는 방법은 노래방을 갈 때와 같이 가사를 띄워 놓고 들려오는 가사에 싱크를 맞춰 읽으며 감정선을 느끼는 것이다. 귓가에 한 줄 두 줄 입력되는 가사를 따라 뇌리에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물론 가사만 좋다고 해서 내 플레이리스트에 입성할 순 없다. 깐깐한 인간이라 입국심사가 꽤 까다로운 편이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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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리스트 조건

1. 반드시 따라 부르기 좋아야 할 것

2. 짙은 감정선과 호소력이 좋아야 할 것

3. 템포가 적당히 빨라야 할 것

4. 하이라이트 부분이 감미로워야 할 것

5. 템포가 적당히 빨라야 할 것

6. 내 기준으로 하이라이트 부분이 감미로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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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선과 호소력,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감정선이 짙어도 호소력이 약하면 끌리지 않고 호소력이 강해도 감정선이 얕으면 깊이가 없게 느껴진다. 마치 선물과 선물포장지 같은 느낌이다.

템포는 절대 느리면 안된다. 꽤나 긴 재활을 랩으로 한 탓인지 속도에 관련해 강박이 있다. 감정에 취해 간주, 전주만 길고 늘어지는 곡들은 진짜 못 듣는 편이다. 빠르진 않더라도 출근길 교통체증에 당첨된 듯한 느낌의 느린 템포만 아니면 좋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내 귓가에, 머릿속에 계속 해 맴돌 수 있는 하이라이트가 있어야 한다. 내가 노래에 빠져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스쳐 지나가듯 들은 노래. 템포가 마음에 들어 기억 한 켠에 자리를 내어준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져 찾아 듣게 된다. 특유의 감정선과 호소력에 반해 반복 재생으로 듣고 어느 새 하이라이트를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 새 푹 빠져들게 된다. 비록 내 전문 분야는 아니기에 장담할 수 없지만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고 감히 생각한다.

해외 밴드는 마룬5, 국내 밴드는 NELL을 좋아하는 편이다. 위 두 밴드 출신 곡들은 입국 심사가 면제다. 특히 NELL의 노래들을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굉장히 좋다. 팔뚝에 링거를 꽂은 채 멍하니 병실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는 날이 많던 때 위로가 많이 됐다.

나는 멜론을 쓰지 않아 유튜브로 주로 듣는 편인데, 같은 노래를 감상하는 이들의 댓글을 보며 공감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다. 이때만은 타인과 무형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충족감에 답지 않게 들뜨게 된다.

[음악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다] 는 문장을 보고 꽤나 진지해졌던 적이 있다.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치부되지 않았다.

비장애인들에게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이상이란 걸 알게 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진 어렵지만 이러한 노력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간 당신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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