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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 2-13 / 어린이 노래 자랑

김홍성
  • 입력 2021.01.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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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자주 꾸게 된 것은 196355일에 몇 시간 동안 미아가 되었던 일만 원인이 아닌 듯하다. 거기에는 더 근본적인 무엇이 작용하는 것 같다. 우선,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 슬하를 떠나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다닌 사실과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악몽 같은 학교생활도 거기에 포함되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어린이 노래자랑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계동집 이층 큰 방 라디오의 다이얼을 맞춰서 듣기도 했고, 책가방을 메고 라디오 가게 앞을 지나다가 한참 서서 듣기도 했다. 라디오 무대에 나온 어린이는 노래를 하기 전에 자기소개를 하고 노래할 곡목을 밝힌다. 대략 다음과 같다.

 

서울 00초등학교 5학년 1반 김00입니다.”

, 00 어린이는 오늘 무슨 노래를 준비했나요?”

나뭇잎 배입니다.”

 

 반주가 나오고 어린이는 종달새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살살 떠다니겠지

 

어린이 노래자랑이 끝나면 괜히 허전했다. 고향에 가서 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 끝에 일동초등학교 2학년 때 짝이었던 Y가 음악 시간에 불렀던 둥근달 노래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반에서 노래를 제일 잘 했던 그 아이는 다른 노래도 많이 불렀을 텐데 나는 둥근달의 2절 가사만 간신히 기억하고 있다. (1절 가사는 방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았다. 찾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보름달 둥근 달 동산 위에 떠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이

활짝들 피어서 달구경하지요

 

둥근 달 밝은 달 산들바람 타고 와

한없이 떠가네 어디까지 가나

은하수 찾아서 뱃놀이 가나요

은하수 찾아서 뱃놀이 가나요

 

내가 왜 이 둥근달 노래의 1절 가사는 잊고 2절 가사만 간신히 기억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1절 가사는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라면 2절 가사는 찾아서가나요가 거듭 되면서 왠지 좀 서글픈 느낌을 주는데, 나는 서글픈 느낌에 더 끌리지 않았나 싶다. 깜찍하고 어여뻤던 Y가 이 노래를 하는 모습에도 그런 서글픔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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