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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에서의 발레. 학대인가? 예술인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03 10:22
  • 수정 2021.01.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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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메이저 언론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여론을 주도하고 선동하는 이슈 메이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사 제목을 뽑는 센스 역시 탁월해 어그로 만점이다. 압도적인 구독률과 여론몰이에 인간 본연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분노를 유발해 욕하면서 읽게 만들고 그걸 믿게 만들어 버린다. 이번에도 중앙일보 발 기사다. 2020년 9월 2일 자 중앙일보 발 [단독]'50명 집합 금지' 상황서 245명이 오페라 봤다..'거리두기 기준' 논란,이라는 기사로 클래식 음악계를 한번 할퀴고 가더니 가더니 이번엔 발레다. 12월 29일 국립발레단 '염전 발레' 학대 논란 "예술 아닌 폭력, 못 보겠다"라는 기사에 관한 분석과 짧은 소고(小考)다.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기사를 읽고 직접 유튜브에서 방송을 시청하고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인식에 따라 판단하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다.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에 먼저 시선을 기울이며 부정적 편향성이 강하다. 제대로 읽고 보기도 전에 이미 제목에서부터 자신의 입장과 선입견에 사로 잡혀 색안경을 끼고 접근한다. 원형이 하얀색이더라도 자신이 쓴 안경의 색깔대로밖에 보지 못한다. 그걸 지적해 깨닫게 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핸 타인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교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지만 자신과의 취향, 철학이 맞지 않는 자는 거부하는 게 또한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에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고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는 거다. 씌워진 프레임에 걸려 앞뒤 찬찬히 재보고 알아보는 게 아니라 미끼부터 덥석 물어 욕부터 시전한다. 우르르 몰려들어 싸잡아 비난하고 개탄하며 저주를 퍼붓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는다. 사실관계 확인은 관심도 없다. 당사자가 당할 고통과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레기라고 욕하면서 기레기에 편승하고 앞다투어 그 기레기들이 깔아논 춤판에 알아서 올라가 춤을 춘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싸우기 시작한다. 조회수는 올라가고 판매 부수는 상승하고 살짝 던져 놓은 떡밥에 박 터지게 싸우면서 올라가는 조회수와 상승하는 수익에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발레에 대한 정의와 지식에 비추어 행해지는 추운 날씨에 발레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의 거부감, 기간의 단원들이나 회사의 직원들은 '을'이라는 입장에서의 동병상련과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프로젝트의 취지와 예술성, 메시지 등은 둘째치고 '학대'의 개념으로 옮겨져 버린 패러다임. 댓글들을 읽다보면 과연 기사를 제대로 읽고 영상을 보기나 했을까 의문스러운 본문과 별 상관없는 일회성 뜨내기들의 신안 염전의 노예 사건, 악덕업주, 정치 성향, 반정부 성향의 비난 등이 줄을 잇고 정작 발레에 대한 관심도와 팬의 유입은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그럼 국립발레단은 왜 이런 기획을 진행했을까? 코로나19에 뭔가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놀고먹을 수만 없으니 국민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기 위한 희망으로 만들었을건데 언밸런스하다. 결론적으로 발레라서 문제가 되는 셈이다. 발레라는 자체가 대중들과 거리감이 있는 왠지 고급문화, 돈 있는 부르주아 유흥 등으로 인식된 마당에 공감과 교류감은 없고 하면 안 되는 장소와 환경에서 단원들만 부려먹었다는 역효과만 발생하였다. 거기다가 국민들의 고통을 체감해서 자신들도 같이 고통을 나누고 고통 뒤의 희망과 승리로 승화하겠다는 취지는 염전, 비행장 아스팔트에서 토슈즈 신고 춤을 추게 했다는 반발심만 불러왔다. 몇몇의 전공자들과 딜레탕트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소수의 발레를 위해 국가에서 국립이라는 이름으로 발레단을 운영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된 셈이다. 만약 트로트 가수가 염전이나 비행장에서 이런 유의 프로젝트를 했다면? 발레리나가 아닌 비보이나 스트리트 댄스였다면????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기존 극장에서 벗어난 숲속, 야외, 자연, 한옥 등의 대안공간에서의 공연들이 온라인과 결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오랫동안 누려온 예술적 권위에 변화를 가져와 전문가인 예술가와 계급 기반의 공동체인 애호가만의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논란도 온라인을 통한 영상화로 지금까지 접할 길 없었던 관객을 유입시키는 새로운 통로가 되길 바란다. 예술가와 관객 간 다른 방식의 소통을 가능하도록 하며 때로 더 깊고 넓은 대화로 이끄는 발단이 되어야 그나마 이번 작업을 참여하여 좋은 영상을 만들어준 무용수 및 스탭들의 노고에 진정한 보상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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