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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서울에 잘 있습니다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12.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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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엔 잘 부러지는 사람들이 살아요.

 

서울은 넓고 높죠   ⓒ마혜경
아슬아슬한 서울 ⓒ마혜경

 

 

서울에 잘 있습니다

- 마혜경
 
 
 

버스가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철렁, 심장 깨지는 소리가 났다

옷장 속에서 엄니 돈을 훔친 그는

이번에도 안 되면 용산에서 죽을 것이다

 

서울은 반듯해서 한눈팔면 부러진다는데

조금 부러진 사람들을 따라간다

서울 가면 코 베어 간다는 말,

몰라서 하는 소리

그곳에선 주문도 받지 않고 밥을 내온다

가정식 백반집이라고 한다

 

그는 십삼 년째 밥을 배달하고 있다

공짜 밥 한 그릇에 제육볶음, 국수 값이 올라도

몇 년째 월급을 올리지 않았다

그는 부러지지 않고 밥을 잘 먹고 있다

그러니까 용산에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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