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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59] Critique: 영아티스트 콘서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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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금요일 성남 TLI아트센터에서 열려

클래식은 타국에서 발원한 문화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 아래 있었던 우리나라가 타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문화 사대주의 또한 함께 확산되었다. 비록 개화기 당시 권력집단 중심의 보수적이고 부패한 사회상에 처해 있었다고 하나 민족적으로 자국과 문화,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높아 수많은 문화적, 군사적 독립운동을 펼친 한국 민족의 역사적 특성상, 피지배 국민으로서의 좌절감과 문화적 괴리감은 문화 사대주의가 근현대 한국 역사 속에 깊게 스며들게 하는 주요인이 되어 음악 하면 클래식이 최고라고 인식되고 그걸 하기 위해선 예술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했고 해야 한다.

가천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Eins Ensemble

초등학생이 예술학교에, 중학생이 예술고등학교에, 고등학생들이 예술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공식 수업뿐만이 아니라 고액의 특별 레슨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예술을 배우는데 고액을 지불하는 나라도 없다. 이 레슨비는 일반적인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내는 사교육비에 비해 훨씬 더 큰 금액이다. 특히 대학 입시 레슨은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입시레슨 선생들은 대학의 교수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학생 유치에 유리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예술정신과 예술에 대한 즐거움을 배우는 대신 점수를 매기고 서열을 정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예술 활동까지 점수를 매기고 경쟁하게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대학 입학과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되었다. 즉 예술 분야는 계층이동이 다른 영역보다 훨씬 어려운 분야가 된 셈이다. 그렇게 투자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했는데 입학의 기쁨은 잠시뿐이고, 바로 학부를 졸업하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예술가로서의 길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예술 활동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게 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는 사회에 진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세상에 나가는 것을 연기하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석사를 마쳐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다시 똑같은 이유로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석사와 박사를 마쳐도 지도교수에게 인정받고 잘 보여야만 대학에서 강사라고 할 수 있게 된다. 대학 강사 생활을 하다가 그중에 아주 극소수만 교수가 된다. 예술계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당나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만큼 어렵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다.

Eins Ensemble이 연주한 뿔랑의 피아노와 목관5중주를 위한 6중주

12월 18일 성남 TLI아트센터의 영아티스트콘서트는 이런 구조하에서 가천대학교 졸업생들과 재학생을 위주로 위에서부터의 탑다운 방식이 아닌 학생들,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음악회를 기획, 무대를 만든데 큰 의의가 있다. 첫 곡인 비외땅의 바이올린협주곡 5번 1악장을 연주한 예원학교 2학년 임세은 양은 나이에 비해 원숙하고 능숙한 연주를 펼쳤다. 피아노 전주에 이어 첫 보잉부터 안정적인 음정을 들려주고 카덴차까지 무리 없이 전개해 나갔다. 장재하의 슈만 피아노 소나타 3번 1악장은 박력과 패기보다는 얌전하고 모범적이었다. 슈만의 3번 소나타가 내포한 열정과 광기를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고양예고 2학년 심유빈의 프로코피에프 플루트 소나타 1악장은 넓고 유려하다기보다 무난하면서 악보에 충실하였으며 이주은이 부르는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은 추운 날씨에 코로나 때문에 더욱 움츠러드는 현재를 빨리 지나고 봄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빨강색의 드레스와 함께 강렬하게 다가왔다. 노래가 끝나고 반주자가 소프라노를 따르지 않고 먼저 퇴장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전체적으로 반주자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 무대 위의 솔리스트들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끝 곡 뿔랑에서의 피아노는 마스크를 안 썼다.(무슨 차이지???)

아기자기하면서 예쁜 라벨의 소나티네를 들려준 피아노의 이연화

제일 처음에 출연한 비올라의 임세은과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2번 1악장을 연주한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임세민은 남매였다.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필자 앞에 착석한 여자분이 임세은 연주 전후 우레 같은 박수를 치고 그 이후 다른 출연자들에겐 시큰둥 하더니 임세민의 차례에 다시 물개박수를 치더이다. 그래서 이름과 이력을 주의 깊게 비교해보니 알 수 있었다. 이런 단체, 향상음악회 류에 순수하게 음악을 들으러만 오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연주자 개개인별로 지인들이니 관객들은 들쑥날쑥하면서 자기 아는 사람 나올 때만 듣고 나가버리는 게 태반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가천대학교 동기 사이인지 둘 사이의 호흡이 척척 맞는 소프라노 천혜원 & 피아노 모희진 콤비에 이어 이번 음악회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력을 선사한 이연화의 라벨 소나티네에 이어졌고 가천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아인스 앙상블의 뿔랑 6중주 1악장은 우아하면서도 감미로운 프랑스 에스프리와 리드미컬한 전개 그리고 감각적인 화성까지 한데 어우러진 이번 콘서트의 백미였다.

코로나로 인해 변동이 많았던 상황을 주최 측에서 음악회 전에 안내하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결코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무작정 쏟아지는 졸업생에 비해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려면 수많은 사람을 제처야 만 한다.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만 자신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이 목표지향적이 되고 단순히 매개로 전락하게 된다. 음악을 하는 시작부터 음악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연주하는 행위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교사의 기준에 의해 평가를 받으며 전문적인 교육의 대상이 된다. 따라 하기식의 기술인 양성교육에서 벗어나 예술을 평생의 ‘업’으로 받아들여서 수입과 일을 창출하는 예술정신에 기반한 창의적인 작업을 창조하는 능력이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경험을 쌓고 도전해야 한다. 그게 다 성공의 자양분으로 축적될 거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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