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겨내기]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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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내기] 꼼짝마
  • 권용
    권용 tracymac1@naver.com
  • 승인 2020.12.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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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숙 작가님의 작품 '꼼짝마' 입니다.
2020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 오현숙 작가님의 작품 '꼼짝마' 입니다.

 

기별도 없이 매서운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를 너무도 당황케 만든다. 손님이 주인이 된 격이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동선을 바꾸고 각별히 살피며 주시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례한 걸까.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정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이다. 미미한 존재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손과 발을 단번에 옭아맨다.

  모든 것이 느려졌다. 아니 질주하던 사람의 움직임이 멈추고 물자의 이동과 돈의 흐름이 멈추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외국과 왕래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는 하나이기에 모든 흐름이 막히면 일상이 고립된다. 지구는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혼란 속이다. 각국은 서로의 환경을 공유하며 대처하는 모습이다.  

  지구촌에 새로운 습관이 생긴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사용이 필수품이다. 갑자기 소비생활의 변화가 대폭 일어난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치중되고 만남이나 모임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집안에서 ‘꼼짝마’ 생활이 펼쳐진 것이다. 코로나 19가 오기 전에는 없었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친구들과 만남, 직장동료와 만남, 종교단체 등 만남 자체가 두려운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이 금세 지나갈 줄 알았는데 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상황에 맞춰 변화 중이다.

  나의 ‘꼼짝마’는 이렇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특별한 생활로 바뀐다. 한동안은 그런대로 변화에 물들고자 신경을 기울인다. 어느 날 갑자기 바이러스와 싸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겁이 많은 터라 숨바꼭질하듯 소심한 반응을 시도한다. 완전무장으로 은근한 스릴과 함께 지인을 만난다. 내 마음은 걱정 반에 색다른 즐거움 반을 동반한 숨바꼭질이다.

  사 년째 봉사하던 공연도 ‘꼼짝마’로 자연스레 변화 중이다. 지금은 일대일 레슨으로 바뀌어 정해진 시간에 작곡가 선생님과 다양한 노래와 유튜브 동영상 만들기, 드론 촬영, 전자 피아노 공부로 대신한다. 음악적 재능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봉사예술단이다. 음악 나눔으로 서로가 웃고 울며 큰 박수로 호응하며 위로받던 감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리의 손길과 음악의 흥겨움을 기다리는 그들이 눈에 선하다. “다음에 또 올 거지?” 하며 내 손을 꼭 잡아 주던 체온이 아직도 전율로 느껴진다. 그 따뜻한 느낌을 품은 채 나눔의 사랑을 충전 중이다. 시절에 맞게 또 다른 변화의 도전을 시도한다.

  글쓰기 모임인 혜안글방에 청강생으로 들어간 지 육 개월째이다. 작가와 문우들의 글 합평회를 함께하는 것만 만족했지. 글 쓰는 건 “언감생심”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하여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책을 가까이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요즘 느려진 분위기에 맞추듯, 느린 독서인 필사를 선택한다. 새벽을 보내는 중심은 필사다. 구두점 하나하나 원본 그대로 베껴야 한다. 저자가 의도한 정신적 경로로 그대로 따라가고자 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대상의 초점과 마음을 모방해 보는 것이다. 글쓰기를 음악으로 생각한다면, 작품의 음표 하나하나 그대로 되살리는 것과 같다. 처음엔 어리석은 시간 낭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몸소 실천하니 그 가치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유쾌한 매력도 느끼기 시작한다. 가슴에 벅차오름의 깨달음과 잔잔한 마음의 파동으로 나의 마음 밭에도 작은 울림이 일어난다. 수필 쓰기의 천릿길 여행길에 삶의 변화를 알리는 양 베란다 창가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맑고 경쾌하게 울린다. 

  변화는 늘 지금보다 나은 삶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는다. 바이러스에 대한 원망과 한숨, 걱정보다는 변화에 노력하며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답이 아닐까 싶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란다. 비대면 삶 단어조차 로봇처럼 딱딱하고 어색하지만,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며 모두가 익숙해지는 것 같다. 이번 바이러스도 모두의 노력으로 흘러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리라. 나쁜 영향을 받은 것보다 더 새로운 문화와 시대로 탈바꿈될 거라 믿는다. 살다 보면, 좋은 사람과 인연도 된다. 현실은 막막하거나 괴롭고 속상하지만, 어느 순간에 일들이 잘 풀릴지 그 누가 알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일하게 보일 수도 있으리라. 길흉화복이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코로나 19를 ‘싹〜’ 걸러내는 정수기 필터 같은 장치를 상상한다. 앞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더한 무엇이 온다 해도 인간의 의지는 결국 무너뜨리지 못하리라.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라고 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을 상기한다. ‘꼼짝마’에 시원한 반전이 되는 그림을 삶의 도화지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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