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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54] 김선국제오페라단의 보테가 '라보엠' 연습 현장에 가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14 08:59
  • 수정 2020.12.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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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일요일 오후 5시, 금나래아트홀에서 푸치니의 '라보엠' 비대면 녹화공연으로 올려

'보테가 델 오페라'는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를 필두로 오페라에 필요한 출연진들과 모든 스텝진들이 함께 정통 오페라의 기술을 전수받으며 실제 공연까지 완성하는 김선국제오페라단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프로젝트다. 이미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연수 기간 동안 마에스트로 팔레스키의 정통 오페라 기술을 직접 전수받은 후 무대에 오른다. 12월 20일 일요일, 금나래아트홀에서 코로나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그들의 2 달여 레이스의 결승점을 찍는 오페라 <라보엠>을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하여 진행한다.

12월 20일 일요일 오후 5시, 금나래아트홀
12월 20일 일요일 오후 5시, 금나래아트홀

제1기 보테가 델 오페라 연수생으로는 박예린(미미 역), 김정아(무제타 역), 김순애, 신민영 네 명의 소프라노와 테너 최원진(로돌포 역), 바리톤 조현일(마르첼로 역), 바리톤 원재선(쇼나르 역), 베이스 김진욱(콜리네 역), 바리톤 이승우(베누아/알친도르 역), 테너 오종무(파피뇰 역)까지 10명의 성악가가, 지휘 파트의 백순재, 김다희, 김산 그리고 피아노 파트에는 피아니스트 권혜조, 조은혜, 강은신, 구다윤이 함께 마에스트로 팔레스키의 지도하에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12월 20일 공연을 위한 연습 현장이 한창인 현장에 다녀왔다.

제1기 보테가 델 오페라 참가자와 오페라 라보엠 출연진
제1기 보테가 델 오페라 참가자와 오페라 라보엠 출연진

보헤미안적 기질을 가진 예술가들을 지칭하는 라보엠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당시의 배경을 현실적으로 투영하여 사색과 낭만을 동시에 안겨준다. "나이가 들수록 라보엠의 진가에 더욱 빠져들고 창조자 푸치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스트라빈스키의 발언처럼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자주 접하게 되는 추석 시즌의 영화 '나홀로 집에'와 같은 눈 내리는 12월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푸치니의 라보엠 공연을 불과 1주일 밖에 안 남겨둔 상황이었기에 오후 5시에 시작한 서초동 김선국제오페라단의 스튜디오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불이 켜졌다. 호크아이를 가진 팔레스키는 어느 작은 거 하나 소홀히 그냥 넘기는 법이 없어 오래간만에 유럽 현지에서나 몇십 년 전의 학창 시절로 돌아가 들었던 미소 뒤에 숨겨진 추상같은 지시 '다시'(again)를 체험했다. 한 장면 겨우 넘어갔다 싶었는데 다음 장면에서 또 그만큼, 아니 그 이상 보고 듣고 꼼꼼히 체크한다.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그만큼 음악 외적인 푸치니, 이탈리아의 문화를 배운다.

공연 연습이 한창인 김선국제오페라단 스튜디오
공연 연습이 한창인 김선국제오페라단 스튜디오

국제성 아니 초국가성을 뛰어넘은 '세계적 가치'로서의 극음악의 한계성은 명확하다. 푸치니의 세계성이 이탈리아 방언을 넘어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닌 오페라 베리스모로서 이역만리 한국에서도 비(非) 이탈리아 음악가들 사이에서 통용되었다면 유일한 이탈리아인 팔레스키의 눈에는 서양인, 아프리카인,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갓 쓰고 도포 입으면서 마치 우리의 <배비장전>이나 <흥부놀부전>을 하고 있는 듯 보일 테다. 보테가를 통한 학습은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로의 회귀이자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청국장이 아닌 우리네 시골장터에서 지리산 깊은 골에서 먹을 수 있는 그 맛일 테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독일인에게 의미하는 바처럼,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가 체코인에게 의미하는 바처럼, 우리의 마당극 <심청>이 한국인에게 의미하는 바처럼, 푸치니 & 팔레스키의 <라보엠>을 가장 이탈리아적으로 한국에 이식시키는 공방으로서의 기능이다.

미미 역의 박예린과 루돌프 역의
미미 역의 박예린과 로돌포 역의 최원진

대극장과 소극장에서의 관람이 다른 것처럼 바로 코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연습 장면들은 이제 12월 20일이 되면 대극장에서 공간과 거리를 두고 인식될 것이다. 디테일의 차이! 이게 김선국제오페라단이 올해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차지가 결정적인 이유이며 김선과 팔레스키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라보엠>이 다른 단체와 궁극적으로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근원이다.

무제타 역의 소프라노 김정아와 다른 연수생들이 악보를 보면서 같이 학습하고 있는 장면

추위를 이기고 코로나를 물리치고 나이를 잊게 만드는 청춘의 열정을 타오르게 하는 만병통치약이 음악이다. 비록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되었지만 이들이 흘린 땀의 열정과 노력의 결실은 전체가 녹화되어 공개된다. 20일 필자는 직접 가서 이들의 모습을 직접 눈에 담고 그 생생한 감동을 붓으로 옮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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