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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통역을 하는 장애인 체육 지도자가 있다? '용인시 장애인체육회 이성진 지도자'

권용
  • 입력 2020.12.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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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특수학교, 특수학급, 복지관,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분들에게 직접 찾아가 수영, 농구, 게이트볼, 특수체육 등 다양한 종목의 체육을 지도
장애인체육 전공자가 수어 통역을 한다면 전달력이 클 것이라 생각, 현재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
특수체육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들 수업 공간 부족과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코로나19의 발발은 우리 삶의 많은 일상을 바꿔 놓았다.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마저 꺾어 버렸다. 국가가 운영하는 체육시설과 함께 피트니스 센터, 요가, 필라테스 등 일상의 스포츠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마저 제약을 받게 되었다. 안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답답해진 상황에서 운동마저 할 수 없어 야외 운동, 홈트레이닝 등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발병률이 늘어가는 상황으로 당분간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장애인의 체육 시설 이용과 건강을 유지하는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장애인들은 그 이상으로 체육활동을 이어가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자체 체육시설이나 장애인 체육회를 통해 운동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준비는 물론이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마저 취약한 상태이다. 비장애인 역시 체육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시설 및 환경의 부족으로 그 누구보다 어려운 상황을 겪는 실정이다.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함께 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으로 장애인 체육 관련 종사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경기도 용인시 장애인체육회 이성진 지도자와의 만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인만큼, 아쉽지만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성진 지도자를 만나볼 수 있었다.

 

 

-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용인시장애인체육회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이성진입니다. 저는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용인시장애인체육회에서 4년차 지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하고 있는 일을 말씀드리자면 지역 내 특수학교, 특수학급, 복지관,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분들에게 직접 찾아가 수영, 농구, 게이트볼, 특수체육 등 다양한 종목의 체육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에 지원을 나가기도 하며, 가끔 주말에는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수어통역을 하기도 합니다. 

 

- 어떻게 장애인 체육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용인시장애인체육회 입사한 이유는 4년 동안 특수체육교육과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싶었던 게 가장 큽니다. 또한, 장애인체육회 특성상 수업을 잡을 때 다양한 장애영역의 수업을 지도자가 직접 잡을 수 있어 폭넓은 장애인체육서비스를 경험하기 적합한 곳이라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등 다양한 장애영역의 학생분들을 지도하고 있고요.

사실 용인시장애인체육회에 입사한 이유보다는 특수체육교육과를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왜 일반체육과 안 가고 장애인체육 쪽으로 갔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은 같습니다. “장애인이랑 체육이 그냥 좋았어.” 중, 고등학생 시절 HYM(Help Your Mind)이라는 장애봉사동아리 팀장을 맡아서 활동을 했었고, 그때 만났던 장애인분들과의 기분좋은 부대낌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었습니다. 그리고 태권도를 하셨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체육 쪽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두 가지를 결합한 특수체육교육과를 선택하게 되었던 거죠! 충분한 설명이 되었을까요?

 

 

- 장애인체육지도사로 근무하시면서 수어통역사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굉장히 특별해 보이는데요 수어통역사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대학시절 과에 농인 후배도 있었고 4학년 때 수어동아리 팀장을 맡게 되면서 수어실력을 키웠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것저것 팀장을 많이 했었네요? 이후 용인시장애인체육회 입사해 연말 체육인의 밤 행사 때 용인시농아인협회 직원들과 수어로 대화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본 대한장애인수영연맹 사무국장님께서 “수어 잘하시던데 우리 수영대회 있을 때 수어통역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어통역이 이제는 하나의 직업처럼 느껴질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체육을 지도하는 내가 무슨 수어통역이야..’라고 생각했었지만 장애인체육에 대해 이해가 있는 사람이 수어까지 잘한다면 훨씬 전달력이 크겠다고 생각해 현재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수어통역을 받으시는 농인 선수분들과 친분이 쌓이면서 “이번 대회에는 안 나와주시냐”고 영상통화가 오기도 합니다.

 

 

- 장애인체육지도사 언제 보람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장애인분들을 지도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줄넘기 하나를 지도할 때도 비장애인들은 1주 혹은 몇 시간이면 배울 것들을 장애학생들은 몇 달이 걸려도 동작 하나가 제대로 안 나올 때가 많습니다. 2018년이었을까요? 복지관에서 지도한 시각장애 1급 학생이 줄넘기를 처음 접했을 때 줄 돌아가는 소리가 무서워서 수업을 피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시각적인 감각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점프에 대한 개념, 연속 점프, 손목 돌리기 등 모든 게 이 학생에게는 큰 도전이었죠. 그래서 수업지도 방법을 세분화해서 짜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 학생이라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었죠. 이후 줄넘기를 반으로 끊어서 수업을 진행해보기도 하고, 소리가 최대한 안 나고 맞아도 안 아프도록 줄에 얇은 수건을 매달아 수업을 변형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장은 효과가 없었지만 6개월 이후 이 학생은 스스로 줄넘기를 10개 이상 넘을 수 있는 실력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10개 가지고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학생에게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운동이 하나 생김으로써 자존감도 올라갔고, 무엇보다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됨으로써 다른 종목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도할 때는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은 학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이 참 크다고 생각합니다.

 

 

- 장애인스포츠지도사로 일을 하려면 필요한 자격증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성진 지도자님께서는 어떤 자격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네 맞습니다. 국비를 받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인정한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데요. 바로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지도자연수원 사이트에 들어가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1년에 걸쳐 필기, 실기, 연수를 모두 통과해야 취득 가능한 자격입니다. 하지만 자격이 2015년에 생긴 이후 제도가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해 미취득자(장애인스포츠지도사 외 국가자격증 최소 1개 소지 시)도 2021년까지는 근무를 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취득중인 자격은 장애인스포츠지도사 2급(골볼, 농구, 수영) 3종목에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게이트볼, 수영)이 있으며, 올해 장애인스포츠지도사 2급(럭비)와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사이클)을 추가취득 하기 위해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 특수체육을 전공하시고 현재까지 특수체육 지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장애인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대학교 재학중일 때는 천안 지역에 거주중인 장애학생들이 학교 체육관으로 와서 프로그램을 받는 시스템이어서 지역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찾기가 어려웠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직접 지도를 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과 비장애인분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봐도 비장애인이 먼저 사용을 하고 남는 자리에 장애인분들이 시설의 눈치를 보며 이용한다거나, 수영장을 사용할 때에도 비장애인 회원분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수업 자체가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곳곳에서 나오는 장애인 이용자들에 대한 민원, 동정의 목소리 등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 좋은사회로 나가기 위한 큰 숙제이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정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추진중인 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인 ‘반다비체육관’ 건립을 약속대로 이행해 전국에 장애인분들이 적어도 장소가 부족해서 체육활동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업이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용인시장애인체육회는 코로나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2월부터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들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영상 제작과 수업하는 기관에 찾아가 직접 방역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농인분들과의 소통 거리를 줄이기 위해 수어영상을 매주 찍어 용인시장애인체육회 사이트와 페이스북 사이트에 올리는 일과 수업을 받는 기관에 용인시장애인체육회 물품을 대여해주는 대여사업도 함께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조건하에 3인 이하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 최근 용인시장애인체육회가 중점을 두는 사업이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장애인분들에게 체육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제일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밖에도 요즘 저희 용인시장애인체육회가 중점을 두고 준비중인 부분은 2022년에 있을 경기도종합체육대회 유치가 용인에서 이루어지기 위해 릴레이 활동 및 행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체육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국의 많은 특수체육 전공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포괄적이고, 재미없는 답변일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장애인분들을 많이 만나고 지도해 봐야 ‘이게 내 길이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거든요. 그리고 경험을 쌓으셨다면 거기서 만족을 하는 것이 아닌 장애학생분들에게 더 좋은 체육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 뭘 해야 하나 스스로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노력하다보면 전문성이 쌓이고 한 분야 만큼은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이게 단순 특수체육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아직 열심히 나아가는 사람 중 하나이고요. 대한민국이 워낙 좁은 나라이고 그중 특수체육 전공한 분들의 세상은 더 좁기에 언젠가 현장에서 만날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 서로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국에 모든 특수체육전공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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