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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49] Critique: 전현석 작곡발표회, '시간과 공간의 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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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예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추계예대, 이화여대, 전북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 중인 작곡가 전현석의 작곡발표회 '시간과 공간의 춤'이 12월 3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에서 열렸다. 이날 유일하게 초연된 대편성의 앙상블과 라이브 일렉트로닉스를 위한 작품명을 작곡발표회의 제목으로 택한 작곡가 전현석의 음악세계를 함축하는 두 단어는 '시간'과 '공간'이었다.

대편성 앙상블과 전자음악을 위한 '시간과 공간의 춤'을 마치고 무대에서 인사하는 작곡가 전현석

전현석의 주 관심사는 음향과 소리의 탐구에 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요 물리와 수리적인 사고의 연구결과물 같다. 물론 음악이라는 건 시간과 공간 안에서 성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간 안에서의 소리로서의 악기 음향과 확장에 집중한 접근은 지각보단 근원을 파헤치는 작업이 될 수 있고 음악이라는 정의의 무한한 확대로 여러 영역들끼리 포괄적으로 연결하게 된다.

무대인사, 커튼콜

처음 두 곡은 라이브 일렉트로닉스가 빠진 어쿠스틱 악기들로만 되어 있다. 현악4중주 <Diffused dots>은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라는 전통적인 현악4중주의 편성에 일신홀의 객석 모서리에 위치해서 정사각형의 소리의 전달을 시도한 반면 베이스 클라리넷, 피콜로 클라리넷 등 음역에 따른 구분 말고 기본적인 클라리넷 4대를 무대의 정중앙을 기점으로 객석의 동서남 가운데에 배치한 Der Wander(왜 이곡만 독일어로 적었을까? 다음엔 for 4 Clarinets라고 영어로 표기되어 있던데)와의 공간 설정의 차이가 있었다. 두 곡 모두 어디서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게 다각도와 입체적으로 앉은 좌석의 모든 팔방진을 통해 소리가 쏘아졌다. 소리가 프리즘을 통과하고 굴절해 파장을 나았다. dots, 즉 점이라고 명시된 현악4중주가 도리어 선적인 진행과 성부가 드러난 반면 방랑자라는 제목의 클라리넷 4중주가 점들의 파편 같은 인상을 주었던 점이 흥미롭다.

셰익스피어와 쉼보르스카는 작곡상의 영감 차원이지 시간을 다룬 문장으로서의 효력이지 메시지의 전달이나 소통이 목적인 텍스트 차용은 아니었다. 부르고 듣기 위한 노래가 아닌 인성 음악에서의 소리의 관점에서 연구물로 음절을 나누고 분해하고 용해하고 도구로서 처리한다. 독일어의 behandeln(베한델른)이라는 단어가 처리, 취급으로뿐이 번역되지 못함이 아쉬운데 behandeln이라는 뉘앙스가 제격이다. 철저한 계산과 수리적인 사고로서 연관성보다는 유기성을 목표로 텍스트가 소리 안에 용해되어 있다.

제목에서부터 과거 양식인 <토카타>가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다. 가장 토카타란 원형의 성격에 근접해 있고 토카타답고 내가 알고 있는 토카타와 연계되어서이다. 즉흥적인 요소가 강한 파편들이 연속적으로 강하게 타건 되고 시간 안에 흐르면서 실시간 컴퓨터를 통해 음향이 제어되어 잔향 또한 토카타의 연타였다. 쉼보르스카의 시처럼 '듣는 즐거움'이 있었고 지속의 가능성이 자유로웠다. 울림의 마지막은 마치 오르간의 페달처럼 진한 여운을 주었다.

발표회를 마치고 인사말을 하는 작곡가 전현석

귀가 여러 개였다면..... 사방팔방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 잡고 캐치하기엔 내 육체의 진화가 따라가지 못해 서라운드로 들리는 여러 개의 입체적인 소리의 방(Raum)을 하나씩 잡아서 내 안에 끌어오고 싶은데 귀가 두 개뿐이 없었다.... 또한 착석한 곳에 따라 소리도 달리 들리고 마치 낚시하듯 포착하는 순간도 달랐을 듯. 불 꺼진 객석에서의 소리탐험은 일종의 기행이었다. 시간과 공간 안에서 미래를 아우르는 소리의 패턴과 음향 조합을 위한 연구와 탐구에 계속 매진하게 될 전현석 작곡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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