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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멜로드라마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12.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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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집요해서 가끔 얕은 추락을 꿈꾼다!

ⓒ마혜경
ⓒ마혜경

 

 

멜로드라마

-마혜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장갑을 벗고 눈을 비빈다

소맷부리도 액정을 닦는다

흐린 정경이 소매 끝에 붙는다

 

왼발 뒤꿈치에 나뭇잎이 붙어있다

오른발로 밟고 왼발을 든다

나뭇잎이 오른발에 붙는다

집게로 누르고 오른발을 든다

나뭇잎이 집게에 붙는다

 

넌 의지가 약한 게 흠이야

뭐든 잡고 늘어지는 버릇,

나무를 꽤나 흔들었겠어

얼마나 홀가분했을까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나뭇잎은 말이 없다

할 말을 달라붙는 일에 모두 소모했으므로

나뭇잎은 손을 만나 추락한다

발을 향한 추락은 추락이 아니다

 

흐린 정경이 눈동자에 붙는다

핸드폰에 담아 주머니에 넣는다

 

볼륨을 줄이고 창밖을 시청했더니

미화원과 나뭇잎의 사랑

발뒤꿈치에 오래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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