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초단편 소설] 우리는 그들을 달로 보냈다

모은우 전문 기자
  • 입력 2020.11.29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달로 보냈다.

 

젊은 노동자는 바의 한쪽에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는 옆에 앉아있던 늙은 노동자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인간을 달로 보냈다는 것은 사실 거짓말일지도 몰라요.”

젊은 노동자의 말을 듣던 늙은 노동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옛날부터 많이 듣던 헛소리로군. 지금은 그런 음모론이 사라졌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야.”

제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자네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저는 거의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늙은 노동자는 목을 축인 후에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제 말을 들으면 분명 이해를 하실 거 에요. 잘 들어보세요. 달에는 분명 공기가 없죠? 그런데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성조기를 꽂으니까 성조기가 펄럭거리잖아요. 그건 분명 공기가 있는 곳에서 그 장면을 촬영한 거죠.”

젊은 노동자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들어서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에요. 공기가 있으면서도 그런 장면들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어디겠어요. 바로 지구죠.”

그러니까 사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달이라고 찍어 온 것은 그저 지구에서 찍은 페이크 영상이라는 뜻이로군. 그렇지만 내가 그 영상을 봤을 때 그 달의 모습은 지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대충 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죠. 그리고 당시에 그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최고의 감독을 섭외했던 거죠. 생각해보세요. 그 정도 가짜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겠어요. 영화만 보더라도 현실과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인데 그 정도는 우습죠.”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잘 알겠어.”

아저씨도 이해하시는 건가요?”

문제는 성조기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거지.”

무슨 소리죠?”

자네는 그저 사진만 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의 작업을 방대한 영상으로 남겨 놓았어. 그중 성조기를 찍은 영상들도 있는데 그 영상에는 성조기를 땅에 박을 때만 잠깐 흔들릴 뿐 박고 나면 움직임이 아예 사라지지.”

그건.”

젊은 노동자는 입이 마르는 듯 술을 입에 가져갔다가 곧장 반박했다.

저 같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영상을 따로 만들어 둔 게 아닐까요?”

뭐 하러 그런 불필요한 일을 하겠어. 그렇다면 처음부터 깃발이 가만히 있는 사진이나 영상만 공개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그리고 모든 것들이 다 조작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그 어떤 것도 믿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는 거지. 아무리 세상에 거짓이 많아도 분명히 진실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

확실한 진실이 하나 있기는 하죠.”

뭔데?”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이요.”

정말 미치겠군. 자네는 멀어지는 배가 점점 아래쪽으로 사라지는 간단한 현상조차도 모른다는 말인가?”

늙은 노동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어버린다.

이거 진지하게 들으셔야 해요. 사실 지구는 평평한 곳이에요. 그리고 그 위에는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여 있죠. 그 돔은 전 세계에 인공조명을 뿌리기 위해서 있는 거 에요. 우리가 지구에서 별을 관측하는 것은 실제로 별이 아니라 그 돔에서 나오는 홀로그램을 보는 것이고요.”

자네. 꽤 진지하군.”

저는 아까부터 진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절대 달에 갈 수가 없어요. 로켓을 발사하면 그 돔에 막힐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인간이 어떻게 달에 갈 수 있죠?”

그래?”

늙은 노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옆에 있는 창문을 가리고 있던 가림막을 걷었다.

창 밖에는 달의 표면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달의 지평선이 만들어내는 그 너머에는 푸른 공처럼 둥근 지구가 떠 있었다.

그럼 우리 같은 달 노동자가 어떻게 달에서 일할 수 있는지 설명해 보겠나?”

늙은 노동자의 요구에 젊은 노동자는 창밖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는 여기가 정말 달이라고 생각하세요?”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