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 90 ] 나무 그늘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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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90 ] 나무 그늘 밑에서
  • 김홍성
    김홍성 ktmwind@naver.com
  • 승인 2020.11.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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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가 또 한 번 시동을 켰다가 껐을 때 몽사와 나는 금방 온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가게로 가서 납작한 씨킴 위스키를 각각 한 병 씩 사들고 나무 그늘을 향해 스적스적 걸어갔다. 우리는 나무 그늘 속에 서서 햇빛 속에 있는 합승 지프를 바라보며 각자의 병마개를 비틀었다.

우리가 탄 버스의 종점은 조레탕이었다. 조레탕에서 다르질링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떠나버렸고 10인 승 합승 지프가 대기하고 있었다. 지프에는 네 명의 승객이 앉아 있었다. 두 시간 후에 떠나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니 합승 지프를 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우리 네 명이 올라가 앉으니 좌석은 두 개가 남았다. 차장은 '다르질링 다르질링'하고 행선지를 외치면서 손님을 부르고 있었고 운전사는 다르질링으로 갈 듯한 여행자가 보이면 금방 출발할 듯이 시동을 걸었다.

운전사가 또 한 번 시동을 켰다가 껐을 때 몽사와 나는 금방 온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가게로 가서 납작한 씨킴 위스키를 각각 한 병 씩 사들고 나무 그늘을 향해 스적스적 걸어갔다. 우리는 나무 그늘 속에 서서 햇빛 속에 있는  합승 지프를 바라보며 각자의 병마개를 비틀었다. 한 모금 씩 마신 후, 몽사가 컬컬한 음성으로 말했다.

 

같이 지낸 날들이 한 열흘 되나요? 열흘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네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다르질링에 도착하면 술 한 잔 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요. 취생과 저는 바로 실리구리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취생도 아나요?”

물론이죠. 그래서 저렇게 새치름하게 앉아 있는 겁니다.”

 

합승 지프에 앉아있는 취생의 모습은 새치름하기보다 몹시 피곤해 보였다. 스님은 취생에게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다르질링에서 며칠 쉬지 그러세요?”

여태 쉬었는데요. . 취생은 스님과 헤어지는 게 섭섭하겠지만 이제는 우리 관계를 잘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 선생님과 스님은 오늘 다르질링에서 머물 생각인가요?”

글쎄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님과 제가 함께 하는 여행은 이제 끝난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스님도 이제는 혼자 있고 싶을 겁니다. 저는 혼자 가 봐야할 곳도 있어요.”

 

몽사와 나는 차를 바라보며 다시 한 모금 씩 마셨다. 취생이 고개를 잠시 숙였기 때문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스님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스님도 피곤해 보였다.

가 봐야 할 곳이 어딘지 물어봐도 됩니까?” 몽사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림빅입니다. 파업이 모레부터니까, 오늘이나 내일 버스를 타야겠지요. 실리콜라의 펨 도마에게 가려구요. 제 딸이 안전하게 귀국해서 잘 있다는 얘기를 전해야 될 것 같아요.”

! 또 거짓말을 하셔야 되는군요.”

, 하지만 딸을 찾으러 다르질링에 왔다는 말이 술김에 뱉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렇기도 하겠군요. 하지만 또 거짓말을 할 바에야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펨 도마는 김 선생이 한 말을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럴까요? 하지만 거기 말고는 딱히 가고 싶은 데가 없어요.”

라고 말하자마자 미쉘이 떠올랐다. 미쉘을 만나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와 마시게 될 술이 두려웠다.

 

내가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자 몽사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귀국도 생각해 보세요. 우선 전화라도 하시고 ......”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귀국이라는 말에 나는 잠시 얼떨떨했다.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내가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지프가 시동을 걸었고 조수가 우리를 손짓해서 불렀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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