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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43] Critique: KBS한전음악콩쿠르 입상자 초청 음악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1.27 08:52
  • 수정 2020.11.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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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문화재단과 마노야마노가 공동 주최한 제27회 KBS한전음악콩쿠르의 입상자 초청 음악회가 11월 26일 목요일 저녁 반포심산아트홀에서 개최되었다.

현재 만 18세로 또래보다 1년 먼저 서울대학교 기악과에 조기입학해서 재학 중인 피아노 부분 입상자 지윤건의 <단테소나타>로 음악회는 시작하였다. 강렬한 왼손 타건을 필두로 왼손과 오른손의 숨 쉴 틈 없는 교차로 전개되는 악곡을 지윤건은 차분하고 장중하게 이끌어 나갔다. 박력과 개성 넘치는 10대 소년의 질풍노도보다는 모범적이면서 안정적이었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손떨림을 극복하며 얼마든지 이렇게 어려운 곡도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하고 감동 깊은 무대였다. 드비엔느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들려준 클라리넷 이소정은 재기 넘치면서 유쾌했다. 클라리넷이라는 악기가 가진 특성과 캐릭터가 일치하는 듯 따뜻한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했으며 첼로의 백승연은 나이게 걸맞지 않은 완숙하면서도 첼로의 음폭을 최대한 활용한 기량을 과시했고 미국 맨해튼 음대 석사과정 재학 중인 소프라노 김지유는 화려하지만 서정적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소프라노 김은경과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긴장이 완화되었는지 인터미션 때의 토크 이후 그들의 연주는 한결 편안해졌다. 다시 등장해 슈만-리스트의 <헌정>을 연주한 지윤건부터 건강한 음색을 보여주었으며 피에느네의 클라리넷 소나타는 선곡부터 연주자에게 적합한 청량제 같았다. 백승연이 연주한 테크니컬한 파사도의 <녹색 악마의 춤>을 넘어 소프라노 김지유가 구노의 <보석의 아리아>로 대단원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콩쿠르요, 입상자 초청 연주회라서 수상자를 부각하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클라리넷, 첼로, 성악을 반주한 피아니스트의 이름과 소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음악에 입문해서 입시와 콩쿠르 등에서부터 솔로가 주인공이 되고 반주는 보조적인 역할로 머물다 보니 음악 전체를 구성하고 크게 본다기 보다 개인적인 기량과 입신양명을 위학 목적이 되는 게 우리나라 음악계 특성 중의 하나다. 그러다 보니 작곡가가 쓴 곡을 주요 부분만 듣기 위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부분을 멋대로 자르기 일상이고 그걸 당연하게 알고 그런 가운데 화합과 융화라는 음악의 큰 명제는 잃고 자신의 에고만 강조하는 풍토로 흐를 수밖에 없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워크에식과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데 입시와 콩쿠르 등 소위 대목철에 여기저기 직업 연주자로서 활동하며 생계를 이을 뿐, 음악가로서 같이 음악을 만들고 피아니스트로서의 독립된 객체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한다. 브람스 같은 곡은 기악 소나타라기 보다 피아노 소나타에 첼로 또는 바이올린이 첨부되었다는 게 옳은 표현일 정도로 피아노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동등하다. 지나치게 독주자를 배려하고 솔로 악기를 맞춰주기 위한 반주를 위한 반주로서 영역을 국한하면 음악적 밸런스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건 당연하고 그건 그냥 독주자에게로만 포커스를 맞추고 경영, 경쟁, 경진해야 되는 상황을 반영할 뿐이다. 같이 연주한 3명의 피아니스트 이름이라도 프로그램에 적었어야 했다.

사진도 못 찍었다. 영상 촬영한다는 명분에 음악회 전부터 엄격하게 핸드폰 사용을 통제한다고 큰 소리로 공지하면서 위압감이 상당했다. 클래식 음악회라면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뤄진다는 보편적인 정서가 안 그래도 클래식에 익숙하지 못한 대중들 사이에 퍼질까 두려울 정도다. 하면 안 되는 거 투성이요 남 눈치 보고 경계하는 코로나 세상이다. 하긴 이런 와중에 음악회 개최라도 된 게 어디냐는 항변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고마워하긴 해야 되는데... 무대에서는 어떻게라도 객석 간의 관객과 소통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하는데 불 꺼진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압박감에 짓눌린 언밸스러한 분위기로는 클래식 대중화는 요원할 뿐이다. 심산아트홀, 서초문화재단은 구민, 시민들의 쉼터이자 놀이터가 되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다음 음악회에 가기가 부담스러워진다. 편한 마음으로 언제든지 들러서 코로나로 황폐해진 심신을 음악과 함께 힐링해야 되는 곳이 돼야지 옥상옥이 되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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