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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41] Critique: 피아노 온의 창작곡 연주회, 창작 피아노 연탄곡 2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1.24 09:23
  • 수정 2020.11.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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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월요일 오후 8시, IPAC홀

지난 10월에 이어 IPAC에서 열린 Piano ON의 창작 피아노 연탄곡 시리즈의 2번째 연주회에서는 총 다섯 곡의 한국 작곡가의 피아노 작품이 연주되었다. 오늘 올린 곡들은 이미 Piano ON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되고 몇 번 연주가 된 작품들로 Piano ON의 창작곡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보급은 창작 피아노곡 레퍼토리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Piano ON(가운데가 리더인 중앙대학교 기악과 이혜경 교수)과 작곡가 김은혜 & 김자현

첫 곡으로 연주된 김국진의 <한국의 소리> 중 '시골의 풍경화'와 '한강수 타령'은 연주자에게는 함께 치는 재미와 듣는 이에게는 난해하지 않으면서 친숙한 악풍으로 원래 솔로곡이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곡을 연탄곡(four hands for one piano)으로 편곡한 다른 곡들과는 달리 오리지널 연탄곡 같았다. 세련된 도시의 마천루나 호화로운 불빛의 메트로폴리탄 서울이 아닌 이제는 잊힌 다듬이나 워낭소리 같은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7-80년대 한국 시골의 풍경이 그려진다. 그래서 그 시절 읍내의 이발소에 그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나 걸려 있던 한폭의 민화 같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시골의 정취가 묘사되고 한국적인 정감이 물씬 풍긴다.

두 번째 곡인 김은혜의 <아라리 9>는 작품 제목에서부터 의미하는 것처럼 2002년도부터 시작, 현재까지 20개가 남겨진 작곡가의 아라리, 아리랑 시리즈 중 아홉 번째 작품이다. 정선아리랑을 주제 선율로 하여 두 개의 굿거리장단이 사용된 론도형식인데 거대한 중간 부분을 넘어가 다시 주제가 제시되기 전, 김은혜 특유의 우아함을 아리랑에 곁들인 부분이 백미였다. 이렇게 작곡가의 장점을 살린 자신만의 개성이 들어간 부분이 좋다. 프랑스 에스프리를 가미한 색채로 채색한 아리랑의 변화가 참신하며 김은혜만이 할 수 있는 작법이다.

피아니스트 이혜경과 양수아

프로그램 상에는 세 번째 곡으로 이영조의 <엮음아리랑>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피아노 온의 리더인 피아니스트 이혜경이 쉬지도 않고 연달아 세 곡을 연속하는건 무리다보니 네 번째 곡인 김자현의 <점진적인 변화>와 순서를 바꾸며 피아니스트 유지현과 최민혜가 등장했다. '레미b미b레미레b'라는 고음의 여섯 음은 김자현의 <점진적인 변화>에서의 주요 모티브로 작곡가 본인의 설명처럼 미니멀 음악 기법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변화라는 딱딱한 음악 용어보다는 미술작품이나 영상에 삽입돼도 적합할 정도의 다른 제목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작곡 기법적으로 작곡가는 모티브는 제목 그대로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곡을 전개시켰으었을망정, 그건 어디까지나 설계의 의도지 거기서 나온 효과는 한스 젠더의 <배트밴 다크나이트>를 방불케 한다. 피아노 2대가 아니라 점진적인 증가를 통한 확대로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면 놀라운 응집력이 생길 거 같은 파괴력이 있는 곡이다.

피아니스트 유지현과 최민혜

이제 이영조의 <엮음아리랑>이다. 이혜경의 독일 뮌헨 음대 유학시절 인연을 맺은 작곡가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본 아리랑,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이 연이어 출연하고 중첩되면서 제목처럼 엮어 나간다. 여러 가지 소재를 붙이고 잇고 첨가하여 혼합하는 콜라주(Collage) 기법으로 창작된 곡으로 밀양아리랑과 본 아리랑이 2중 대위법으로 동시에 나오면서 전개되는 마지막 부분은 장엄한 아리랑의 물결에 짜릿한 감동이 몰려왔다.

마지막 곡은 홍승기 작곡의 6개의 악장으로 된 <흩뿌려진 상념들>로 이 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양수아의 소감처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빈의 정서와 악풍이 스며 들어 있어 현대곡이지만 상대적으로 연주에 친근함과 상냥함이 묻어 있다. 후기 낭만과 근대화성 진행을 근간으로 작곡가의 그때그때만의 다양한 느낌을 포착한 곡으로 두 번째 곡인 희롱하는 듯한 왈츠 '행락'과 A 음의 연타에 부점 리듬의 행진곡 풍의 팡파르로 네 번째 곡 <정념>은 역시나 홍승기만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개성이 있어 감상을 즐겁게 한다.

역시 작품은 계속 연주하고 자주 무대에 올려야지 연주력이 상승하고 곡에 대한 완성도가 무르익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연주된 곡들은 Piano On이 삼모아트센터 등의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소개한 작품으로 2,3번째 듣게 되니 생소함이 덜하게 되고 연주자들도 곡에 대한 보편적 감정을 확보하게 된다. 더군다나 IPAC홀에서는 실시간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송출하고 기록으로도 남게 되니 실연의 감동과 함께 꾸준히 유튜브를 통해서도 한국 현대 창작곡들을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을 남겨 놓고 있다. '천고의 길'을 걷는 그들이 외롭고 지치지 않게 동역자로서 같이 동행하며 이들의 숭고한 노력으로 한국 창작곡이 우리 음악계에 어서빨리 자리매김 하기만을 바란다. (11월 23일 IPAC홀에서의 Piano ON 실황 스트리밍 영상을 첨부하였으니 9분 45초 경부터 시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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