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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우거진 숲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11.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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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아비를 심었다

 

하얀 발, 때타지 않은 하얀 발바닥이 하늘 올려다볼 수 있게

그 위에서 잡귀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 쪽팔리게

땋은 머리처럼 우거진 숲

검은 손톱을 가진 것들과 갖지 못한 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도깨비불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변명하면 가슴이 작아지나요

 

문드러진 이빨로 밤공기 삼키는 고라니

같은 방향으로만 찍혀 있는 들개 발자국

이상하게 졸음이 몰려온다

아비를 심고

무언가 움틀 때까지 기다리면

알 수 없는 미련으로 자궁을 꽉꽉 채워넣으면

 

나 목 놓아 운다, 울음소리에서 싹이 자라나

세상에 없는 빛깔로 발바닥이 피어나는

먼 곳까지

 

잡귀들은 무얼 두리번거리나 어디로 사라지나 불꽃 일렁이는 곳에서 춤을 추며

나를 기다리고 있나 인화하는 뼈를 밟으면

즐거운 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을 거야,

잔인한 위로를 받으며 삽을 내려놓으면

 

온몸을 떠는 이파리들과

악취에 코를 틀어막은 박쥐들

더 깨끗한 심장을 맛보고 싶었구나,

나는 눈치가 빨라

내 곁으로 몰려오는 안개에게 내어줄 것은

앙상한 배꼽뿐인데

 

하얀 발,

애지중지 닦아냈던 발, 고라니 울음을 닮은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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