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저울과 윤석열의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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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저울과 윤석열의 저울
  • 천원석 칼럼니스트
    천원석 칼럼니스트 wschun67@nate.com
  • 승인 2020.11.1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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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교수는 『춘추전국의 영웅들』(한길사) 서문에서 ‘권력’이란 단어가 무게를 재는 권형(權衡), 즉 저울이란 단어에서 나왔다고 풀이하고 있다. 권형이란 저울추와 저울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무게를 재는 척도 또는 사물의 균형을 의미한다. 이를 『여씨춘추』의 「거난」편에서는 ‘무릇 사람은 완전하기 어려우니 저울로 헤아려보고 더 나은 것을 취해 써야 한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즉 저울이 사물의 무게를 달아 그것의 경중을 알아내듯이 사람의 재주와 덕을 헤아려 취사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저울이 제왕권의 상징으로 통용되었는데, 실제로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도량형의 기준을 확정한 것이었다. 서양도 다를 바가 없어서 나폴레옹 역시 유럽을 지배하고 난 후 도량형부터 정비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터와 킬로그램 등의 단위가 나온 것이 바로 이때였다. 또한 영국 역시 식민지를 개척할 때마다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베리 회사의 저울을 사용함으로써 통치권이 미치는 곳마다 저울도 함께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권력과 권형은 동전의 양면이다. 권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권형은 아무리 정확한 눈금과 저울추를 가지고 있더라도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권형은 권력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권력을 배경으로 통용되는 천하의 권형, 즉 저울이 바로 공권(公權)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권형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권력은 이내 폭력으로 전락하고 만다. 아무리 공권으로 포장할지라도 권력을 사적으로 휘둘러 사회를 혼란으로 빠트리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권력은 사권(私權)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신동준 교수는 중국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졌던 왕조교체를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였는데 그 바탕에는 공정한 권형에 의한 공권의 시행 여부가 있었다고 말한다. 새 왕조가 들어서면 백성들은 믿을 만한 공권 아래서 생업에 전념하게 되고 그 결과로 국고가 충실해지고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국력의 팽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 황족과 고관 대작들의 사치가 만연해지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 백성들에 대한 착취가 강화되는 가운데 권형이 무너지며 공권은 폭력으로 백성을 짖누르게 된다. 그러면 살길이 막막해진 백성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도적으로 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군웅들이 등장해 이들을 모아 결국 새로운 왕조를 열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으로 시작된 논란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논란이 우리 국민을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두 진영으로 나누어 버린 바탕에는 바로 권력과 권형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논란의 와중에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회자 된 단어가 바로 ‘권력형 범죄’와 ‘공정’이었다. 야권으로 대표되는 보수측에서는 현 정부가 공권을 사권으로 활용하는 범죄를 통해 우리 사회를 떠받쳐야 할 ‘공정’이란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 및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권으로 대표되는 진보측은 국민의 공복으로 기능해야할 검찰이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기들에게 주어진 공권을 철저하게 사권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고 주장하며, “검사가 법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양아치지 검사냐!”라고 일갈했던 윤총장의 말을 그대로 그에게 되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진영의 시각차는 그 간극이 너무도 커서 도저히 타협점을 찾기가 난망해 보인다.

 

그 사이에 “모든 것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외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의 판결로 17년의 형을 선고받고 세 번째로 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는 결국 ‘다스는 이명박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권력에 의해 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들이 이제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서서히 그 진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중국 왕조가 그러했듯이 왜곡된 권형에 의해 공권을 사용하는 집단은 그 누가 되었던 역사의 파도 앞에서 뒤집어질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긴 호흡 속에서 과연 누가 공권을 사권으로 사용했는지 분명하게 판명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정의이자 힘이며 나는 그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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