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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기별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11.0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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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내 탓은 목적 없이 나에게 돌아와

싫었어

 

귀신이 되지 못한 것들의 침묵이

내가 숨을 성을 쌓았어

 

성난 아버지의 표정을 모아

밥상을 만들고

 

구멍난 양말에 머리를 집어넣고 싶었어

망령이 되면 좋은 것

 

이 방은 항상 떳떳하고

그릇들, 사진들, 처연한 병들

깨지지 않는 대신

녹아버리고

 

그랬어

평범은 평화

호피 무늬에 그려진 눈들을 하나 둘 세고

바닥엔 얼음

나비

 

누군가 말했는데

누군가 바람을 불었는데

 

성냥을 키면 하늘을 향하는 불꽃이

그래, 흔들렸어

 

내 손은 목적없이 나를 떠나가

마구 깨문 자리

 

싫었어

어디론가 닿으면 기별을 남겨줘

불꽃 위에 얼음을 올려두었어

 

내가 눈을 깜빡이는 줄 알았는데

전등이 명멸하는 중이었다고,

그랬어

 

누군가 바람을 불었는데

그때마다 혼자 앉아 기다렸어

얼음도 피도 나비도

 

내 탓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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