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렴, 그 따뜻함!
예닐곱 살이나 먹었나?
전대를 허리춤에 감추시고
쇠전 갈 채비를 하시고는
아무개야 애비랑 쇠전 가자
황배기 소는 그날따라
솔질도 간추렁이 잘 되고
고삐도 새 새끼로 꼰 것이었어
아마 나를 동행하시는 것은
소 판 돈 간수하시는 호위병 쯤
거간꾼의 흥정이 활발해지고
지루함에 죄없는 돌멩이 툭툭 차고
드디어 피차에 맞는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아버지는 어린 새끼 차가운 뱃속을 채워 주셨지
쇠고기에 시래기 듬뿍 든 장국밥
나이 지긋한 아줌마는 뚝배기에 밥을 담고 토렴을 했지
대여섯 번 뜨거운 국물을 토렴질 했어
그 따뜻함 가득한 장터국밥
아버지는 막걸리 한 사발 반주에 얼근히 취하시고
귀로에 호위병 눈은 전대를 놓치지 않았지
세월이 흘러 호위병은 그때 아버지보다 늙은 초로에 있어
왜 자꾸 허한 뱃속에 그 따뜻한 토렴이 생각나는 건지
왜 아버지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그리운 건지
* 토렴: 밥이나 국수 따위에 따뜻한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며 데우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