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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그 따뜻함!

김홍관 시인
  • 입력 2020.10.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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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그 따뜻함!

 

예닐곱 살이나 먹었나?

전대를 허리춤에 감추시고

쇠전 갈 채비를 하시고는

아무개야 애비랑 쇠전 가자

 

황배기 소는 그날따라

솔질도 간추렁이 잘 되고

고삐도 새 새끼로 꼰 것이었어

아마 나를 동행하시는 것은

소 판 돈 간수하시는 호위병 쯤

 

거간꾼의 흥정이 활발해지고

지루함에 죄없는 돌멩이 툭툭 차고

드디어 피차에 맞는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아버지는 어린 새끼 차가운 뱃속을 채워 주셨지

쇠고기에 시래기 듬뿍 든 장국밥

나이 지긋한 아줌마는 뚝배기에 밥을 담고 토렴을 했지

대여섯 번 뜨거운 국물을 토렴질 했어

그 따뜻함 가득한 장터국밥

아버지는 막걸리 한 사발 반주에 얼근히 취하시고

귀로에 호위병 눈은 전대를 놓치지 않았지

 

세월이 흘러 호위병은 그때 아버지보다 늙은 초로에 있어

왜 자꾸 허한 뱃속에 그 따뜻한 토렴이 생각나는 건지

왜 아버지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그리운 건지

 

* 토렴: 밥이나 국수 따위에 따뜻한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며 데우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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