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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개떡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10.29 22:10
  • 수정 2020.10.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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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윤한로

수도국산이나 개건너 살 때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에도
개떡 인심은 좋았으니
그 누가 개떡 먹는 걸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라 치면
즈이도 그것밖에 먹을 게 없지만
별 도리 없어라
한 쪼가리 떼어 주고 말았으니
꺼끌꺼끌 말라붙어
양중엔 차돌멩이만큼이나 딱딱한 개떡
그 한 쪼가리를 또 애꼈다간
미웁고도 싫어라
마침내 막내 모개한테까지 떼어 주니
어린 마음에도 묘리 없어라
개떡은 본디 떼어 주고 또 떼어 주란 것인가
감출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것이던가
이 구석 저 구석 굴러다니며 발로 채이기까지
나누고 나누어도 왜 그렇게 남는 것이냐
이따금 그립고도 목이 메네그려
, 지기럴
개떡
천심이여

 

 


시작 메모
어드런 때는 내가 너무 배 부르고 등 따스워서 부끄럽습니다. 잘난 듯해 부끄럽습니다. 대학물도 먹었겠다 애법 똑똑한 건 아닌가 챙피합니다. 자식들도 이쯤이면 잘된 건 아닌가 쪽팔립니다. 늘 부끄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젊은 세대들한테 자꾸 개떡 시절 야그나 마음 꺼내면 짜증내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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