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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어떻게 만리장성 중국에 기적의 역전승을 올렸을까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20.10.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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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프로농구 원주DB의 김주성 코치. 2002 아시안게임 농구 우승의 주역이다.(사진=원주DB 페이스북 갈무리)

스포츠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는 역전승이다. 그것도 결승전에서 역전승을 거둬 우승을 차지한다면 더욱 값질 것이다.

한국 스포츠는 그동안 많은 대회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3,4위전에서는 이란에게 0대2, 1대3으로 끌려가다가 박주영 지동원 등이 내리 3골을 터트려 역전승을 거둬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고, 프로복싱 홍수환 선수는 WBA 초대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카라스키야 선수에게 먼저 4번을 다운 당한 뒤 역전 KO승을 거뒀다. 그리고 2007년 3월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올림픽 주경기장 사이에서 벌어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 30km구간까지 선두권을 유지해온 온 이봉주는 이후 키루이에게 선두를 내주며 2위로 처졌다. 한때 100여m 뒤쳐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35km지점부터 조금씩 거리차를 좁혀 마침내 40.62km 지점부터 막판 스퍼트로 전세를 역전시키며 2시간08분04초의 기록으로 대 역전 우승을 차지했었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 남자탁구 단체전 한국 대 중국의 결승전은 한국이 재역전승을 거둔 명승부였다.

86년 9월 4일 저녁. 서울 대 체육관에서 벌어진 한국과 중국의 남자탁구 단체전 결승전.

1979년 이후 패배를 모르던 중국은 한국에게는 난적이였다. 세계랭킹 1위 장지아량을 축으로 세계랭킹 10위 이내의 첸신화, 후이쥔이 중국의 단체전 출전 멤버였고, 단체전은 9단식 5선승으로 치러져 선수층이 두터운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한국은 김완, 안재형, 유남규가 나서 4단식에서 안재형이 장지아량을 2-0으로 격파하며 게임스코어 4-1로 앞서 우승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막판에 몰리고도 반격에 나서 기어코 4-4 균형을 이뤘다.

그리고 운명의 9단식. 안재형과 후이쥔의 마지막 대결은 피 말리는 랠리 공방. 세트스코어 1대1, 마지막 3세트에서 7번의 동점 랠리 끝에 21-16 안재형의 승리.

7시에 시작된 경기가 새벽 1시를 넘겨 5시간20분의 드라마는 그렇게 끝났고, AP통신이 경기는 스포츠 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라고 타전했었다.

그러나 2002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남자농구 대표 팀은 농구에서 만 맛 볼 수 있는 극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춘 완벽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은 필리핀과의 준결승전에서 68대67로 뒤지다가 이상민의 버저비터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아시아의 만리장성 중국과 결승전을 갖게 되었다.

한국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고, 중국은 대회 5연패를 자신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에는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휴스턴 로케츠 팀에 막 입단한 2m26cm의 야오밍이 골밑에 버티고 있었고, 아시아 최고의 슈터 후웨이동 그리고 중국의 간판 포인트 가드 류웨이 등이 출전했다.

한국도 서장훈, 김주성, 전희철, 김승현, 이상민, 현주엽 등 당 대 최고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의 모든 농구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장신군단 중국의 금메달을 예상하고 있었고, 국내 농구 전문가들도 한국이 이길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거의 한명도 없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중국이 시종일관 앞서 나갔다.

4쿼터 약 3분 남겨놓고 84대71,무려 13점이나 중국이 앞서 있었다.

농구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경기 종료 3분 정도 남겨놓고 강팀에 13점이나 뒤졌다는 것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걸려 있는 국가대표 팀 간의 매우 중요한 경기였었다.

중국과 한국의 13점의 스코어 차는 경기 종료 1분가량 남았을 때도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관중들의 열화 같은 응원도 있었지만, 한국 선수들 사이에 홈에서 중국을 한번 잡아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경기종료 23초전, 그러나 아직도 7점(83대90)이나 뒤지고 있었다. 7점을 만회하려면 2점 공격 4번 연속성공, 또는 3점 공격 3번이 모두 성공해야 한다. 그 사이에 중국 팀은 그야말로 허수아비가 되어야 한다.

준결승 필리핀전에서 역전 3점슛을 성공시킨 현 삼성 썬더스 이상민 감독(사진=삼성 썬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준결승 필리핀전에서 역전 3점슛을 성공시킨 현 삼성 썬더스 이상민 감독(사진=삼성 썬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상 승부는 끝이 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 팀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악착같은 수비를 했고, 인터셉트를 했고, 공격을 할 때도 집중력을 높였다.

중국은 결승전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위기가 없었고, 거의 모든 경기를 전반전에 이미 끝냈다고 할 정도로 쉽게 경기를 치렀다. 그나마 중국의 상대가 될 것이라던 한국도 4쿼터 7분 경 까지는 그다지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공격과 수비를 펼치기 시작하자 당황한 것이다.

중국 팀의 엔진, 포인트 가드가 흔들리자 공격이 잘 되지를 않았고, 수비에서도 미스 매치를 만드는 등 무너지기 시작했다.

장신 센터 야오밍이 아시아에서는 정상권 센터였지만,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휴스턴 로케츠와 입단 계약서에 도장만 찍었을 뿐 아직 한 경기도 뛰지 않은 NBA 선수로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중국은 야오밍과 함께 왕즈즈(2m16cm)가 있어야 트윈타워를 형성,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데, 중국의 ‘노비츠키’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왕즈즈가 빠지는 바람에 야오밍 혼자 골밑을 지켜야 했다.

한국의 서장훈 김주성이 야오밍을 번갈아 맡으며 괴롭혔고, 경기 종료 직전 야오밍은 약간 지친 듯한 모습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옛말에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허 재’또는 ‘중국의 조던’이라고 불리는 자유투 귀신, 중국의 후 웨이동이 결정적일 때 자유투 2개를 모두 실수한 것이다.

한국은 종료 17초전 문경은의 3점포로 88-90으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후웨이동이 자유투 2개를 놓치는 틈을 타 현주엽이 4.7초를 남기고 그림 같은 골밑슛으로 기어코 90-90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한국은 드디어 중국을 따라 잡아 승부를 연장전까지 몰고 갔다.

다 이긴 경기를 얼떨결에 따라 잡힌 중국은 연장전에 들어가서는 더욱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현주엽은 중국의 골밑을 마구 파고들었고, 김승현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인터셉트에 이은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중국 선수들의 얼을 빼 놓았다.

1차 연장전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112대110, 한국이 2점차의 감격적인 승리를 올린 것이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겨 놓고 71대84로 뒤진 후 연장전 5분 포함 8분 동안 한국 팀은 무려 31점을 넣은 반면 중국은 겨우 16점을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러면 한국 팀이 평균 신장 10cm 가까이 더 크고, 세계적인 센터 야오밍이 버티고 있는 중국에 어떻게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을까?

다시 또 이런 승부가 연출 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중국은 경기종료 3분을 남기고부터 되는 일이 없었고, 한국은 안 되는 일이 없었다.

우선 한국은 이판사판 압박수비를 했다. 중국이 한국의 압박수비에 당황 한 사이에 손이 빠른 김승현이 재빨리 인터셉트를 해서 빼앗은 공을, 현주엽에게 패스를 해서 골밑슛을 성공시키거나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도 했다.

반면 김승현의 매치 업 상대 중국의 포인트 가드 류웨이는 턴 오버를 남발했다. 아마 거의 다 이긴 경기로 알았는데, 한국이 갑자기 압박수비를 하고 슛을 마구 터트리자 당황을 했던 것 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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