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324] 6·25전쟁 70주년 추념식에서 불린 '늙은 군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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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24] 6·25전쟁 70주년 추념식에서 불린 '늙은 군인의 노래'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10.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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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면서 사회적 요구와 기능에 충실한 작곡가 김민기의 노래
추념식에서 윤도현이 불러 진한 감동을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갖춰 실질적인 목적과 욕구에 부응해야 진정한 음악

2020년 6월 25일, 6·25전쟁 70주년 추념식 행사 <영웅에게>가 서울공항에서 생방송으로 거행되었다. 이날의 메인이벤트는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웅 147 위의 환국과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미군 유해 6위의 환송이었다. 70년 만에 환국하신 호국영웅들의 관은 미국 성조기, 유엔기, 태극기로 3중으로 덮어 예를 다하고 그 위에 영어로 'Salute to the Heroes'(영웅에 대한 경례)로 썼다.

미국 하와이 히캄공군기지에서 공군 장병들이 미국 측으로부터 인수한 한국군 유해를 KC-330 공중급유기에 안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국방일보

이 행사에서 라이브로 불린 추모곡은 <늙은 군인의 노래>였다. 가수 윤도현이 검은색 예복 차림으로 불렀고, 배우 유승호가 장진호 참전용사 이야기를 낭송했다. 대한민국 국방력의 상징진 KC-330을 통해 하와이로부터 서울공항까지 영웅들을 모셔온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된 이번 추념식에 울려 퍼진 직업군인을 모티브로 한 노래. 병사로 의무 복무를 하던 군인이 그의 상관이던 부사관에게 선물로 만든 노래였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6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유복자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6·25전쟁 중 북한 인민군에게 피살되었다. 1974년 카투사에 입대한 김민기는 1975년 갑자기 보안대(지금의 안보지원사)로 연행됐고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에 있던 을지부대 51연대 1대대 중화기 중대로 전속된다. 반정부 시위대가 1971년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군 입대 전에 작곡한 노래 <아침이슬>을 제창으로 불렀단 이유로 얌전히 군 복무 잘하고 있던 애매한 김민기가 끌려가 곤욕을 당하고 전방 전투부대로 내쫓긴 셈이다. 그러던 1976년 겨울 그가 근무하던 소속대에 장기근속을 하던 지금의 부사관인 하사관이 전역을 앞두고 자신의 군 생활을 소재로 노래를 지어달라는 부탁(협박, 명령?)을 한다. 작사/작곡료는 소속 대원들과 나눌 수 있는 막걸리 두 말! 그 하사관의 근속 연수가 30년이라 노래의 첫 소절이 '나 태어난 이 강선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는 어언 30년'이 된 것이다. 여기서 노래 가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

작곡가 김민기야말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회적 요구와 기능에 충실하고자 했던 쿠르트 바일, 힌데미트 류의 독일 실용주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대 작곡가이자 음악가이다. 김민기의 음악은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고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작곡되었지만 예술성의 문제를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전통이라는 틀에 갇혀 과거의 답습에만 그쳐도 안 되겠지만 쉬운 음악적 표현 또는 기법의 단순화만으로도 대중적인 예술음악을 창출할 수 없다. 대중적인 기반을 얻지 못하여 고립되어 있는 한국 예술음악계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더 나아가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갖춰 실질적인 목적과 욕구에 부응해야 진정한 실용음악이자 예술가의 자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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