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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신변잡기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10.17 16:06
  • 수정 2020.10.1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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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윤한로

마누라도 작고
나도 작고
애들도 작고
그러니 집도 작고
아픔이며 눈물, 콧물, 기쁨
시까지 작을 수밖에
그래
! 우린 늘 쫄며 산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잖습디다
, 굳이
가난을 배우잖아도 가난하니까
선을 배우잖아도 선량하니까
겸손을 배우잖아도 겸손하니까
, 게다
크고 힘센 사람들 여벌로
우리 숫제 건드리지 않고 지나치니까
이 작은 존재들
, 약한 존재들
만일 먼저 건드린다면
, 깔아뭉갠다면?
그땐 불같이 일어서리라
타오르리라 사라지리라 찌그러지리라
, 궤짝같이
흑흑
,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시작 메모
상상은 아픔의 이불이다. 절망의 우물이다. 쥐 뭣만 한 우리에겐 그것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상상을 뒤집어쓰고 뒤채는 밤이여, 골방이여. 그러나 그것도 곧 말라비틀어질지니. 하해와 같은 우리 선량을 견디자, 무릅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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