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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22] Critique: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고전적; Classical’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0.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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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에프에서의 청춘의 싱그러움, 인상 깊었던 플루트 주자
놀랄만큼 섬세하고 세밀한 뉘앙스를 풍겼던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앙코르 '달빛'

실로 8개월 만에 코리안심포니를 실황으로 만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어 이번 주 월요일부터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국공립 기관이 다시 개장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실연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휘자 아누 탈리가 오른 포디엄과 현악기 주자들 사이의 멀찌감치 떨어진 거리가 다시 코로나를 상기시켰다. 그래도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멀리 에스토니아에서 2주간의 자가 격리까지 불사하고 한국에 온 아누 탈리를 못 만날 뻔했으니. 지휘자 정면에는 첼로를 배치하고 오른 편에 비올라를 그리고 비올라 뒤에 2대의 콘트라베이스를 배치한 구도로 첫 곡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이 시작되었다.

지휘자 아누 탈리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파파 하이든이 지금 살아있다면 이렇게 곡을 썼을 것이다"고 일갈하며 20세기 고전 하이든을 표방한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은 시종일관 위트 넘치고 우아한 악풍이다. 베토벤과 브람스의 2번 교향곡과 같이 화사함과 젊음과 생기, 환희의 조성인 라장조로 되어 있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교향곡이다. 1악장부터 목관, 특히 플루트의 소리는 화려하고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3악장 트리오 이후의 진한 밀도와 4악장의 스위스 시계와 같은 공정이었다. 4악장은 휘모리다. 플루트의 빠른 텅잉에 화답하듯이 모든 악기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휘몰아간다. 다만 1악장부터 현이 좀 더 유려하고 비단결 같았으면, 정말 스위스 시계와 같은 완벽함으로 좀만 더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모차르트 협주곡에서는 프로코피예프에서의 목관 파트가 들려준 싱싱함, 젊음의 파릇파릇한 향기가 실종되고 지극히 안정적이고 평탄해졌다. 프로코피예프에서 청춘이었다면 모차르트에서는 중년의 안온함으로 순신각에 변모했다. 2악장의 피아노 독주 이후 호른의 짧은 연결구는 평화로의 인도였다. 옥에 티는 3악장의 제일 마지막 종지 화음에서의 호른의 삑사리였다. 하필이면 곡을 끝내는 최종 으뜸화음에서 어긋나버려 경기를 일으켰다. 모차르트 협주곡에선 시종일관 작품과 오케스트라와 언밸런스한 느낌을 풍기던 협연자 박종해의 진가를 알 수 있었던 건 앙코르로 연주한 드뷔시의 <달빛>에서였다. 그 큰 덩치를 마치 고슴도치같이 웅크리고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섬세하고 세밀한 뉘앙스가 10월의 어느 가을밤을 살짝 비춰주는 듯한 수줍은 달빛이었다. 이 정도 극도의 표현을 이루어내다니 모차르트 마지막에서 혼비백산한 심신이 <달빛>으로 달래졌다.

모차르트 27번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박종해

아누 탈리는 느리고 우아한 악장에서, 즉 프로코피예프의 2악장, 모차르트의 2악장 그리고 베토벤의 2악장에서는 꼭 지휘봉을 내리고 맨손으로 오케스트라를 어루만진다. 협연곡 시는 오케스트라가 안 나오고 독주할 때도 비팅을 하며 같이 호흡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프로그램을 통틀어 콘트라베이스를 2대만 쓴 점이 인상 깊었다. 베토벤에서는 좀 더 숫자를 늘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고 4대의 첼로와 2대의 콘트라베이스 사이에 비올라를 배치했다. 고전주의 음악에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옥타브 유니슨이 보편적인 걸 감안하면 의도된 사운드의 분산이다. 그런 배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3악장의 트리오에서 비올라의 캐논으로 바삐 따라오게 하는 효과를 증가시켰지만 전체적으로 현들이 산만하고 합이 잘 맞지 않는다. 도리어 승리의 개가는 트럼펫이었다. 청명한 소리와 승리의 팡파르 그리고 트럼펫과 짝을 이루는 바순의 메아리는 영혼의 떨림으로 장대한 다장조의 힘찬 울림을 만방에 떨쳤다. 프로코피예프에서의 플루트 퍼스트 주자가 다시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세컨드 플루트였다.

에스토니아에서 온 금발의 지휘자 아누 탈리

13일 화요일 세종문화회관 갔을 때도 느낀 건데 기나긴 휴식을 마치고 오래간만에 개장해서 그런지 홀에 하우스어셔가 너무 많다. 입장 전부터 관객 편이를 위한 배려 차원이라는 걸 알지만 QR코드 푯말까지 들고 돌아다니면서 입장 시 문진표 작성과 표를 같이 제출하라고 큰 소리로 외쳐 그런 산만함이 홀에까지 그대로 이입되어서 그랬을까? 휴식 시간에도 마찬가지로 제복을 입은 여인들이 관객 사이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마치 공무원 시험장의 감독, 유격훈련의 조교같이 어슬렁 거려 부담스럽고 왠지 위압적이다. 안내를 하는 건지 통제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이며 그 많은 인력을 예술의전당이나 국공립기관에서 고용했거나 고용할 예정이라면 대단한 수치다. 어차피 태반이 교육생일텐데 안내를 위한 안내가 아니라 뭐 잘못한 거 없나, 지적할 거 없나, 통제할 거 없나 하는 감시 같다. 굳이 휴식시간 후 지휘자도 입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케스트라를 찍은 앞 줄의 손님에게 쏜살같이 달려와 사진 찍으면 안 된다는 x자를 표시해야 하나 무안함도 든다. 하우스어셔가 뭔 잘못이겠는가? 배운 대로, 하라는 대로, 지시된 대로 충실히 따를 뿐이지.... 음악회가 끝나고 로비에 나오니 제복 군상들이 넘친다. 속으로 세어봤다. 얼추 30명은 가까운 인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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