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지다, 꺾이다. . . 이것은 실패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기도다
무릎
- 마혜경
홀로 있는 것들은
땅과 나란해야 싱그럽다
들판의 소나무
암소가 뜯는 억새풀
이글거리는 태양과 빗살무늬 폭우 아래
자고로 기울어야 숲이 된다
길상사 초롱불 아래
첫새벽 여는 보살의 다리에는
삼천 번의 흔들림이 스며있다
두 다리를 접어 마음의 빚 바닥에 털어내
오롯이 꺾여야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