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절반 이상 "타인으로부터 배려받지 못해"
"배려 강요 말라" 일부 시민들 불만도
오늘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마련된 임산부를 위한 자리인 임산부 배려석은 고정석이 아니다 보니 누구나 앉을 수 있고, 또 양보하지 않는 일부 승객과 다툼도 일어나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절반 이상은 일상생활에서 타인으로부터 배려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의 날'을 맞아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임산부의 54.1%는 '배려를 받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임신육아종합누리집 홈페이지 등 임산부 1500명과 일반인 1500명 등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배려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3%는 '배가 나오지 않아 임산부인지 티가 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임산부가 받은 배려를 살펴보면 가정 내 청소·빨래·식사 등 가사 분담이 59.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좌석을 양보받았다는 답변도 46.5%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 건수는 2만758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75건의 민원이 들어온 셈이다.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은 혐오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2월17일 오후 11시께 지하철 4호선 한 전동차 객실에서 임산부 배려석 위에 붙은 엠블럼에 '엑스(X)'자로 된 낙서가 발견됐다. 이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우리 나라가 초 저출산국가라는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임산부를 비롯 아이를 가지는 가정에 여러 혜택을 주면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데 대중교통에서의 임산부 배려석 역시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을 강제가 아닌 문자 그대로 '배려'를 통한 양보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고 도의적으로 비난은 할 수 있지만 이걸 꼭 사회적 성숙도가 개인의 양심에 맡기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갈등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차라리 임산부 배려석을 폐지하던지 아님 법적 구속력을 갖게 만들어 정말 임산부를 위한 자리로만 운영하던지 해야지 시민의식에만 호소하는건 지나친 처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