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지난 2일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 등의 홍보 포스터 문구로 물의를 일으킨 청년 당직자들의 내정을 취소하거나 면직 처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교(政敎·정치와 종교) 분리’ ‘국교(國敎·국가의 공식 종교) 불인정’ 원칙을 천명한 헌법(제20조)에 어긋남에도 세속주의 헌법을 ‘중도 보수’ 정신으로 수호하겠다는 제1 야당에서 어떻게 ‘하나님 통치’란 표현을 쓸 발상까지 했는지 황당하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등에는 “아랍처럼 신정(神政) 일치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냐" “대한민국은 세속 국가다. 개인 종교 취향은 사생활에서만 충족시키라” “도대체 누가 이런 포스터를 승인했느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 등 비판이 분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국민의힘 일부가 ‘여호와께서 그 보좌를 하늘에 세우시고 그 정권으로 만유를 통치하시도다(구약성서 시편 103:19)’는 개신교 가르침을 세속 정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은 문제 아니냐" 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주성은 대변인 내정자가 자신의 소개 글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자유보수정신의 대한민국”이라고 밝히자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해 기독교를 정치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시 부랴부랴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주성은 대변인의 내정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생겨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도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성은 대변인 내정자의 소개 포스터를 게재하며 “늙으나 젊으나 개념이 없다. 이러니 저쪽(더불어민주당)에서 20년 집권하겠다고 하지”라고 비아냥댔다. 이번 해프닝은 ‘서울시 하나님 봉헌’ 발언과 국가조찬기도히 무릎기도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력을 연상케 했다. 또한 황교안 전 대표의 전광훈 목사의 회동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