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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11] Critique: NMK 한국창작음악연주회 "새 노래로"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9.26 09:23
  • 수정 2020.09.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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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경기광주한옥마을, 경기문화재단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

경기문화재단의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문화콘텐츠 활용 민간공모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8월 28일 금요일 경기광주한옥마을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지휘자 윤현진의 NMK 한국창작음악 연주회 "새 노래로"가 코로나 확산과 감염예방을 위해 한 달 정도 미뤄 9월 25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야외 음악회로 진행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지휘한 윤현진(가운데)과 NMK, 메조소프라노 김연재와 테너 윤서준 그리고 처마 밑에 서 있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마스크를 쓰고 지휘한 윤현진(가운데)과 NMK, 메조소프라노 김연재와 테너 윤서준 그리고 처마 밑에 서 있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우여곡절이 없는 음악회나 행사는 없겠지만 이번 NMK 음악회는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처음 날짜를 정하고 그 날짜에 맞게 준비했을 때는 8월 말에 2차 유행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코로나가 확산될 줄은 누구도 예측 못했다. 5월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완연하게 꺾이면서 여름의 끝자락을 경기도의 고풍스러운 한옥마을에서 한국 창작곡으로 풍미를 더하려는 계획은 광화문 집회와 연휴 발 코로나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야외에서 하는 음악회에 경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하니 오케스트라와 콜레키움 보칼레 서울 합창단 그리고 소리꾼, 메조소프라노, 테너 3명의 출연진에 조명, 세트, 촬영 기술 장비 등의 장치가 들어가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 공연의 풍취를 더하고 연주되는 곡의 정서를 더욱 세밀하고 사실감 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은 클래식 공연전문 연주홀이 아닌 변변한 전문 드레스룸이나 연주자 대기, 휴게실이 없는 한옥마을이라는 50여 명의 공연 관계자들을 위한 장소도 없는 일반 가옥이다. 또한 불편한 접근성은 거길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용을 이용해 주차 공간 확보 등의 대규모의 밀집 군중 통제에 대해 사전부터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불식시키기 위해 마음 졸이면서 동분서주한 지휘자 윤현진과 NMK 그리고 모든 공연 스태프의 협심으로 원활하게 공연이 성사되었으니 요즘 같은 모든 게 불확실한 코로나 시대에 큰 안도와 안심이자 감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책상으로 완화되었다고 해도 코로나가 종식된 게 아니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는 사전 음악회 신청자 중 이번 음악회의 주제인 '3.1 만세운동과 광복'에 밀접한 사연을 맺고 있는 분들 중에서 50명 미만만 초대하여 QR코드로 입장권을 대신하면서 입구부터 철저한 발열 체크와 함께 2미터 이상 좌석 간 거리두기를 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무르 익어 가는 가을밤, 고풍스러운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야외음악회의 리허설 모습

한국 창작곡만으로 야외 음악회를 꾸린 지휘자 윤현진과 NMK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일단 야외 음악회는 성격상 축제 친화적이다. 관객들이 같이 손뼉 치고 움직이는 콘서트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회는 정적이며 감상 예술이기 때문에 야외에서 음악회를 치를 날은 일 년에 다른 행사에 비해 현저히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음악회만도 9월 중순이며 추석 전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30분을 한옥 마당에서 음악만 들으니 한기가 들 정도였다. 특히나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공기 맑은 산속의 한옥마을이나 산사는 도시에 비해 대기가 더 차갑다. 그러니 클래식 음악회가 야외에서 이루어진다면 대부분 행사 지향적이거나 파퓰러한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활기를 돋우지 <천리향> 같은 내면적이고 콤플렉스한 현대음악 기법의 작품은 쉽게 무대에 올리지 않는데 당차게 첫 곡으로 포문을 열었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함께한 조혜영의 <못잊어>는 오늘 음악회 성격에 가장 부합되는 작품으로 야외 연주회에 걸맞은 편곡과 거기서 나오는 공간감을 충족시키는 적절한 사운드 그리고 김소월의 시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련된 악풍과 선율로 인해 3.1운동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자연스레 그들을 조명하게 만드는 친밀함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테너 윤서준이 부른 신승민 작곡의 <바람이 불어> 역시 윤동주의 비장함과 비분강개가 작곡가를 통해 투영되었으며 윤서준도 안정적인 인토네이션으로 담담하게 읊어나갔다.

이문석의 판소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춘향가 중 어사출도'를 부르는 소리꾼 오혜원

쌀쌀한 바깥 날씨에 실내 현악 작품부터 판소리, 오페라 아리아와 신작 가곡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가요까지 동서양 음악의 조화와 한국 창작음악을 발굴, 소개하려는 지휘자 윤현진의 확고한 음악 철학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포디움도 없이 가야금에 타악기까지 꼼꼼하게 신경 쓰면서 정교한 비팅과 곡에 대한 밀집도를 높여갔다. 3.1운동 당시 우리 선조들이 광복과 국권 회복을 꿈꾸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코로나에서 일상으로의 회복과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의 더 나은 미래와 삶을 꿈꾸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었다. NMK의 다음 프로젝트는 올 연말에 작곡가 정미선의 창작 실내오페라 '부채소녀'라고 하니 연주 단체명처럼 (NMK는 Neue Musik aus Korea, 즉 '한국으로부터의 새로운 음악'이라는 독일어의 앞자들만 딴 축약이다.) 우리의 새로운 음악들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앞장서길 바란다.

음악회 해설을 맡은 작곡가 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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