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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첫 발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09.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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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박사님

나 살면서

숨이 숨을 모르고

버려진 옷을 탐내하는

더위속의 개미들을 보았어요

 

순백한 건 서운한거라

커피잔을 일부러 엎는

여인들이 전부

바닥을 손가락질 하도록

 

박사님이 남겨준

소곡집에 대하여

 

날이 추워질수록

천이 깔려있는 곳에 달라붙어

체온을 남기려 했고

따스함이 고스란히

 

어여쁜 아이들 모두

허공에 떠다니며

내가 쓰는 모두를

읽는 모두가 싫어해요

 

팔이 없는 셔츠를 껴입고

길을 나돌고

나는 앞으로 일어날 서먹함을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얼굴에 달라붙는 날벌레들이

고요한 음악에 따라 춤춰요

거스러미같은 날개

 

멀리 있는 나에게

상처주는 사람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사람일까요

 

숨을 내쉬면서 걷는 모두와

다를 바 없는

기호들에게 작은 편지를

 

철없이 들었던 노래가

이렇게도 따스할 수 있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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