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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세일을 세일합니다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9.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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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백화점 세일도 무색한 요즘

 

 

세일을 세일합니다

- 마혜경
 
 
 

없는 게 없는 그곳에 있어야 할 게 없다
있어야 할 게 없지만 없어도 그만인 게 있다
이를테면, 
그것은 발소리다
그것은 어떤 두려움이 끌고 온 분위기다

얼굴 반을 마스크로 가린 사람이 술래다
곁눈질로 기웃기웃 걸어간다
신상 원피스에 숨은 마네킹이 제일 먼저 들켰다 
주인이 되시면 바로 벗어드릴게요 
거스름돈도 충분합니다

꼭꼭 숨어라.
마스크를 매달고
없는 게 없는 그곳을 지나간다
있어야 할 사람들을 모두 술래로 만들고
쇼핑백을 납작하게 밟고 지나간다 

조명 빛이 갇히고 
술래는 모두 사라지고 
마네킹은 주인을 찾지 못해 원피스를 입고 있다

관람객이 오지 않아 
그림자도 올 수 없다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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