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우리 사회를 향해 던진 메세지, '타인에 대한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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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우리 사회를 향해 던진 메세지, '타인에 대한 연민'
  • 권용
    권용 tracymac1@naver.com
  • 승인 2020.09.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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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메세지를 던진 인문서 '타인에 대한 연민' ⓒ권용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의 행복한 길은 걸을 수 없다.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과 함께 노동자 계급의 절망, 최근 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외면할 수 없다. 시민들은 불확실한 삶 앞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쉽사리 두려움이란 감정에 잠식당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종종 타인(기득권 또는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 분노, 비난과 뒤섞이며 이성적 사고와 건설적 협력 대신 손쉬운 타자화 전략을 선택해 나와 타인의 날 선 경계를 짓게 한다.

성별, 종교, 직업, 나이,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사회적 편 가르기의 근본에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배어 있다. 계급 계층 간 갈등, 여성 혐오,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 이러한 정치적 감정들은 늘 이면의 권력자들에 의해 교묘히 조종되어 왔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 석학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밤 느꼈던 통렬한 무력감을 기반으로 이 책, 『타인에 대한 연민(원제: The Monarchy of Fear)』 을 써내려갔다.

 

'타인에 대한 연민'의 저자 마사 누스바움

"정치는 필연적으로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

마사 누스바움은 현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오랜 시간 '정치적 감정'이라는 표현으로 인류 사회를 관찰해 왔다. 가간의 저서 '정치적 감정', '혐오와 수치심', '혐오에서 인류애로'의 연장선인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철학자들의 사상과 현대 심리학자들의 언어를 빌려 인간 깊숙히 내재되어 있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생 앞에서 불안해진 개인들은 어떻게 이를 타인에 대한 배제와 증오로 발산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지 내면의 지도를 그려낸다. 또한 기존의 학자적 시선을 확장해, 이 책을 독자들의 실제 행동을 독려하는 실천적 지식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두려움이 어떻게 시기와 분노라는 유독한 감정들로 번져 가는지, 대중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현대 민주주의를 좀먹는 과정을 냉철하게 진단한다. 미국의 인종 차별,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등 사례를 나열하며 극심한 기시감을 유발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가? 두려움, 분노, 혐오가 쌓아 올린 '트럼프주의'로부터 우리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칼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교수는 "한국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본격적인 저성장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욱 취약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이 누스바움이 얘기하는 것처럼 증오, 혐오, 분노로 연결되는 사례들이 무수히 많이 목격되고 있다. (생략) 이 미국의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나의 고통은 결코 타인의 탓이 아니다"

암울한 혐오의 시대를 넘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저자는 인문학과 예술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다. 누군가를 맹렬히 비난하는 일보다,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어렵고 지난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이지만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정치적 위기 앞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함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그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과 존중을 외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원천을 찾기 위해 저자는 독자에게 다양한 예술 작품, 합리적 토론,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 단체, 비폭력주의로 행동하는 연대 단체, 숱한 학자들이 집대성한 '정의'에 대한 이론을 실생활에서 접하도록 권유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인간 내면의 아주 조그마한 감정의 변화로부터 시작됨을 거듭 말한다. 타인에 대한 연민, 인류애에 기반한 연대를 주장하는 냉철한 학자이면서 휴머니스트인 저자의 차갑고도 뜨거운 시선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한 발짝씩 걸어가고 있다는 믿음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우리'였다.

대한민국은 인류애와 사랑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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