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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는 의왕 초평동 맹꽁이

김은지 전문 기자
  • 입력 2020.09.19 12:13
  • 수정 2020.09.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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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맹꽁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올 여름 맹꽁이 소리를 들어 보았나요?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에 먹이를 먹고 다시 땅 속에 들어갔던 맹꽁이가 장마철이 되면 짝짓기를 위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으로 쉽게 보기 어렵고 ’맹’ ‘꽁’하는 소리를 들어서 이 곳에 맹꽁이가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초평동 개발 지구에서는 올 여름 밤, 맹꽁이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맹꽁이의 서식지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2016년 초평지구 초기 환경영향평가에는 사업지구 내에 맹꽁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조사되었고, 그 평가서를 바탕으로 개발 계획이 진행되었습니다.

 초평지구 인근 광진말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이 공사현장을 지나면서 이야기를 보탭니다. “이 곳에 맹꽁이가 엄청 많은데, 새가 다 잡아 먹는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동네 어른은 다 알고 있었던 맹꽁이의 존재를 왜 알지 못했을까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개발계획이 끝난 공간에 맹꽁이의 등장은 개발처의 입장이나 의왕시의 생태환경 입장에서도 긴장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올 여름 초평지구를 비롯해 월암지구로 지정된 도룡마을과 고천지구로 지정된 안골마을에서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되면서 2020년 7월 29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왕맹꽁이지킴이 대책 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습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논습지는 다양한 생명을 품는 곳입니다. 또한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개발처인 LH에서는 맹꽁이 서식지 조사를 통해 근린공원부지로 맹꽁이를 이주시키기로 했습니다. 맹꽁이 이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입니다. 

 연구소에서 포획한 맹꽁이들입니다. 지금 보이는 맹꽁이들은 어린 개체입니다. 다 자란 맹꽁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벌써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인지 더 깊은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있는 건 개발이 진행되면 더 이상 지켜줄 수 없을 거라는 것입니다.

 가장 많은 개체가 발견된 4지점입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습지로 가운데 낮게 설치된 십자형 울타리도 맹꽁이 포획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의왕맹꽁이지킴이도 이주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담쟁이자연학교의 이연숙대표와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의 노훈심 사무국장,  고동윤 부곡향토문화연구회의 회장을 따라 3지점으로  향했습니다.

 초록색 펜스 안에는 1~2M 간격으로 화분받침이 있고 그 아래에 화분이 묻혀 있습니다. 이것을 트렙이라고 합니다. 함정을 설치한 것으로, 맹꽁이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포획하기 쉽게 만들어 둔 것입니다.. 

 흙 속으로 들어갈 때 뒤로 들어갑니다. 맹꽁이는 ‘쟁기발개구리‘로도 불립니다.  이 트랩에 오랫동안 갇히면 다른 생물의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3일 내에는 트랩을 꼭 확인해서 포획해야합니다.

 이렇게 물이 고여 있는 함정에는 풀을 두어 맹꽁이가 쉴 수 있도록 해주어야합니다. 아니면 익사하게 됩니다.

 한 바퀴를 모두 돌아서 어린개체 3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곤충 채집통에는 포획된 맹꽁이의 먹잇감인 땅강아지, 지렁이들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혹시 맹꽁이의 알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접시모양의 UFO를 닮은 알에서 나와 물에서 올챙이 시절을 보낼 때는 아가미로 호흡합니다. 물 환경이 좋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짧아지면 땅위로 올라와 폐와 피부로 호흡을 하며 살아가는데, 양서류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우리도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입니다.

 맹꽁이가 울지 않는 ‘침묵하는 여름’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어른들은 없을 것입니다. 의왕맹꽁이지킴이는 9월과 10월 월, 수, 금에 맹꽁이 포획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아이들과 손잡고 활동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의왕의 초평지구, 고천지구, 월암지구 모두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초평, 고천, 월암에서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갔던 반가운 맹꽁이들의 울음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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