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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우리가 가여워지는 순간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09.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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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해파리가 있는 어항

양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여인들은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담겨있는 게 아니라 참

맺혀있는 게 핏방울 따위가 아니라

철이 없는 순간들을 채워야

궤도는 돌고 돌아오는

 

신나는 일을 겪고나면

내일이 두려워진다니까요

 

기포가 같은 개수로 떠오르다가

여인 하나가 문득 깨어나면

여기가 바다인가 싶다가도

다른 여인이 길게 늘어져있으면

천국인가 싶어서

 

꿈이 이어지는 걸 보니

아직도 이곳은 여름인가봐

어항속에 여전한 해파리는

죽은 척하며 바깥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새벽에 문득 들려오는 노래에

나는 서글퍼지고

조금만 푸르스름해진다면

정말이고 울어버리고 말테지만

 

이거 참 우스운 날이다

궤도에 서서 구경만 하고 싶었어요

 

여인은 가끔 일어나

돋아난 비늘을 뽑아 내게 주고

나는 비늘을 팔아

배게를 사고 이불을 사고

무늬가 난잡한 조명을 세워두고

 

새벽은 항상 찾아오는 거잖아요

여인들 속에

나를 향해

우리는 또 두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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