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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나무관찰

김문영 글지
  • 입력 2020.09.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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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관찰>

 

푸르고 푸르러 마냥 푸르러

허튼 바람 한줄기 자리잡을 공간 없었다

짙푸른 잎은 싱싱하게 세상을 보듬는 줄 알았다

녹색 핏방울 뚝뚝 떨어지는 때

적폐는 청산의 대상일뿐 협치의 상대가 아니라는

쌓이고 쌓인 울분 피토하듯 쏟아내도

메아리도 남기지 못하고 잦아든다

도대체 어디까지 모두가 인정하는 푸르름이냐

짙푸른 나뭇잎 속으로 시든 잎들이 고개 숙이고

잎과 잎사이 죽은 잎들이 사열할 때

혹독한 바람 불어와 나뭇가지 힘차게 흔들면

숨어 있던 썩은 잎들 일제히 우수수 떨어지고

마른 가지는 툭툭 부러져 땅 위에 나뒹군다

별들도 속삭이다 울고

달빛 속에 춤추던 푸른 잎 하나

부끄러워 고개 숙이면

텅 비어 목마른 술잔 위로

근심 걱정 쌓이고 울분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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