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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윤직원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09.13 08:53
  • 수정 2020.09.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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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직원
    
윤한로

(‘직원이라 함은 거의 옛날 시골 훈장님쯤 되려나)
우리 문학 가운데 보물 같은 소설이 있는데
바로 채만식태평천하입지요
거기 주인공 이름하여 윤두꺼비 윤두섭은
한때 노름꾼 아버지가 물려준 집과 재산을
억착같이 불리고 늘리고 닥닥 긁어모은 덕으루다
그 잘난 만석꾼이 됐으며 그러구러
이제 한창 구한말 나라가 무너져 가고
탐관오리
, 화적패가 날뛰던 개판 시절
직원을 돈으로 삽니다만
아무 날 느닷없이 화적을 맞은지라
저 피 같은 재산과 재물
몽조리 불타고 빼앗기고 맙니다요
그리하여 우리 주인공 윤직원 영감님
땅을 치며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오오냐
, 우리만 빼놓고 어서 다 망해라
애오라지 악에 바쳐
남이야 굶든 말든
, 헐벗든 말든
내만 잘 먹고
, 내만 잘 살고 내 마누라, 내 새끼들만
잘 되면 그만인 이눔 세상
그런 사람들
, 그런 맘보, 절창이십니다그려
옜다
!

 

 


시작 메모
채만식은 이야기를 이야기식으로 썼다. 순 우리들 밑바닥 뉘런 얼굴, 뉘런 마음을 뉘런 이빨의 뉘런 말발로다 참 잘 그렸다. 이 아무개, 김 아무개, 박 아무개처럼 골치 아픈 문장, 심각한 문장, 주제넘게 위압하거나 가르침을 주려는 문장, 더 나아가 일본식 문장, 파르라니 창백하게 두들겨 쓴 문장은 거의 없다. 채만식 정말 좋더라. 이런 게 문학 아닐까. 저 잘난 양 소설, 양 시, 왜 소설, 왜 시, 양반 소설, 양반 시, 학자 소설, 학자 시, 천재 소설, 천재 시도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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