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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골목을 사랑하나요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9.08 09:32
  • 수정 2020.09.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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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에서 스친 인연,
골목 여행이 그립습니다.
나만의 길이 기다려집니다.

 

골목을 사랑하나요

- 마혜경
 
 
 

화려한 호텔 금은방 뒤 가느다란 선. 자궁에 공평하게 매달렸던 태아는 세상에 자신만의 길이 있는 걸 알지 못한다 종로 돈의동 사람들도 모른다 정치한다는 사람들만 리스트로 갖고 있는 쪽방촌 길. 어릴 적 골목에서 뛰놀던 소녀는 여든일곱 해를 지내며 닳아버린 무릎에 화석 같은 웃음을 새긴다 밖의 사람들이 반듯한 길을 걸으며 더 반듯하게 굳어간다 한 명의 사람이나 뒷모습을 봐야 하는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같은 인사를 한다 먼저 가세요 어깨를 모로 비켜 골목을 넓히며 탯줄처럼 얇은 길 먼저 가세요 수많은 사람 중 단 하나의 얼굴이나 등을 만나는 어머니의 산도를 지나는 것만큼 뜨거운 실골목.

ⓒ마혜경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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