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 77 ] 부탄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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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77 ] 부탄 고추
  • 김홍성
    김홍성 ktmwind@naver.com
  • 승인 2020.09.0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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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Milarepa-41129209434/
그림 출처 https://www.facebook.com/Milarepa-41129209434/

 

부엌에 살림이 펼쳐졌다. 석유 버너, 석유통, 압력솥, 냄비, 국자, 쟁반, 숟가락, 물동이 등등이었다. 식량도 나왔다. 부탄 여성들은 말린 야크 고기와 붉은 고추 말린 것, 찐쌀 등을 가져왔다. 우리는 쌀과 밀가루 차 등등이었다. 아네이는 자기네 부엌살림부터 정리해 놓더니 곧장 버너를 피웠다.

 

아네이는 절에서도 공양주 역할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함석으로 만든 물동이를 들고 나가 샘에서 물을 퍼다 주기를 몇 차례 했다. 그 사이에 두 나라 여성들은 모종의 합의를 이루어 냈다. 부엌은 하나고 어차피 식구가 되었으니 하루 한 끼 정도는 같이 해서 먹는다는 거였다.

 

압력솥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을 때 가게 영감을 따라나섰던 몽사가 돌아왔다. 몽사는 가게 영감이 지난겨울 동안 바바를 가끔 보았으며 아직 그 굴에 살지도 모른다고 했다는 얘기를 우리에게 전했다. 동굴은 출렁다리 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굴 입구는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크기더라고 했다.

몽사는 동굴에서 나오는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안에 누가 있냐고 몇 번 소리쳐 보았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남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무턱대고 들어갈 수는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동굴 앞은 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공터인데 타나 남은 통나무가 길게 놓여 있었다고도 했다.

 

맨 바닥에 종이 상자를 뜯어서 펼친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가 자그마치 일곱 명이었다. 우리가 숟가락을 들자 아네이가 말했다.

찌개가 아주 매워요. 우리는 좋아하지만 당신네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리도 매운 걸 좋아합니다. 우리는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민족이거든요.”

 

몽사가 자신 있게 말하고 찌개에 들어 있는 고추를 국자로 건져서 자기 밥에 덜었다. 모든 사람들이 몽사를 바라보고 있는 중에 몽사는 고추만 수저로 떠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몽사는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 부탄 여자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부탄 고추는 나무에서 따요. 풀에서 따는 고추보다 훨씬 더 매워요. 이 고추는 부탄에 있는 세따네 친정에서 따온 겁니다.”

아네이는 부탄 스튜, 즉 부탄 고추 찌개 먹는 법을 알려 주었다.

이렇게 국자로 조금만 떠서 밥에다 덜어 놓은 후에 조금씩 비벼서 잡숴 보세요.”

 

아네이가 가르쳐 준 방식으로 먹어 보니 된장찌개 맛이 났다. 말린 야크 고기가 발효되어서 된장 맛을 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된장 찌개와 달리 입술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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