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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02] '50명 집합 금지' 상황서 245명 오페라 봤다- 기사에 대한 반박과 변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9.03 09:23
  • 수정 2020.09.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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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요 하루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를 체크하면서 어제보다 몇 명 줄었는지 노심초사하면서 언제나 두 자릿수, 언제나 한 자릿수, 언제나 0이 되려나 한숨만 보태고있는 클래식 음악/공연예술계에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포털에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9월 2일 자 중앙일보 발 [단독]'50명 집합 금지' 상황서 245명이 오페라 봤다..'거리두기 기준' 논란 이라는 헤드라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기사를 찬찬히 읽어봤다. 같은 공연이지만 국공립은 중단된 상황에 민간이 허용된 점을 비교하고 결혼식, 장례식 등 실내 행사를 50인 미만으로 제한한 가운데 민간 문화예술 공연만 진행시켜 형평성이 어긋나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려면 예외를 두지 말자는 의도로 쓴 기사라고 해석을 하였다. 하지만 제목만 봐서는 이런 엄중하고 살벌한 시기에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기고 밀집, 밀접, 밀폐된 장소에 '245'명이나 모여 한가롭게 비싼 오페라나 개최하고 즐기는 무리로 클래식 음악업계가 매도되고 음악애호가들은 최소한의 양심과 인식도 없는 철없는 종자들로 몰아갈 수 있는 기사였다. 역시나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제목만 본 난독증 환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온 국민이 고통분담하면서 코로나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돈 있는 부르주아끼리 오페라나 부르고 감상하고 있다고 욕을 한다. 원래 언론의 마녀사냥과 선동에 부화뇌동하진 않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클래식 음악업계를 대변하고 상황을 제대로 알려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온갖 비난이 날아올 걸 감수하고 음악을 업으로 하는 필자가 기사 내용에 대해 반박하고 변호해 본다. 

무대 위는 마스크, 무대 아래는 감동의 기립박수,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앉은 관객들의 행복한 모습을 현장에서 본 사람이라면 무작정 비판하지 못한다.

첫째, 문체부가 8월 19일 발표한 ‘서울·경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조치사항 알림’을 준용해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사적·공적 집합·모임·행사 금지’ 조항에서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업종의 특성에 따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행사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단, 문화 관련 시설 중 실내 스탠딩 공연장은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집합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민간 실내 문화예술시설은 집합·모임·행사 집합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당연하게도 공연 중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명부 운영, 거리두기(2m) 준수, 발열체크 철저 등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이다.

둘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정부 산하기관은 문을 닫는데 민간은 그나마 열게 놔두는 이유에 대해서다. 국공립 공연단체나 공무원기관이자 유급단원들이다.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월급이 나온다. 굳이 이 와중에 국공립시설이 개장할 필요가 없다. 사전 계획된 연주회 취소는 연주를 업으로 삼고 살고 있는 연주자들의 생계, 즉 밥줄이 끊기는 거와 같다. 밥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입원이 사라진다는 뜻이며 수천 명의 생계를 앗아가게 된다.공연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매출이 969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매출(1916억 원) 대비 49.4%나 감소했다. 4월(47억 원) 바닥을 찍었고 5월(115억 원) 소폭 상승했으며 6월(106억 원) 보합세를 유지하다 그나마 7월에 서서히 회생하여 17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다.

반사판을 설치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서 연주하는 홍콩신포니에타, 사진출처: 홍콩신포니에타 SNS

셋째, 중앙일보는 '2020 세계 4대 오페라 축제'를 예로 들면서 서울시와 송파구가 후원했다는 걸 강조했는데 민간 오페라단이 운영하는 오페라 축제나 공연에서 정부지원금 액수와 후원의 범위를 알면 실소를 금치 못할 테다. 순수예술은 그 자체의 사회적 중요성과 명분에 대한 자발적이고 순수한 공감과 존경이라는 선의에 기반한 도움과 기여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후원과 협력이 필수며 실질적인 금전적 후원이나 인적 지원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고 개최 장소의 지자체를 후원의 명목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고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런데 그걸 또 비판하니 감추고 싶은 업계 비밀이 발칵 된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린다.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2040석의 홀에 350명까지만 입장을 허용, 총 245명이 공연을 관람했다면 홀은 약 17.1의 점유율로 수용인원의 반의 반도 안 찬 것이다. 프로야구와 축구 등의 프로 스포츠 관중 입장 금지와 비교한 것은 클래식 음악회에 한 번도 안 와봤다고 공표하는 꼴인가? 클래식 음악회는 공연 내내 일체의 음식 섭취와 잡담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입을 닫고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기는 감상 예술이다. 즉 그러니 의도적인 공연과 상관없는 불순분자가 난입하지 않은다면 교차감염이 일어나기 힘든 환경이며 공연 주체들 역시 감염예방에 최선을 다해 마스크를 쓰고 연주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손해를 보더라도 안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고민하고 망설이고 마음 졸이다가 어렵게 결심해서 올린 공연에 이슈 파이팅이 목적인 기자들과는 다른 입장과 차원을 달리한다. 우리들에겐 생명줄이요 생사의 기로기 때문이다. 

넷째,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 감염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엄중한 시국에 꼭 음악회를 개최해야 하느냐는 우려와 비판에 대해 항변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치고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보지 못했으며 음악회 한 번도 안 갔다고 확신한다. 음악회라고 하면 노래 부르고 춤추는 형태라고 지레짐작하고 클래식 음악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 프로불편러에 불과하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상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연주 중엔 일체의 대화와 잡담이 허용되지 않는 오직 정신을 집중시키고 귀와 온몸으로 듣는 감상의 예술이 음악이다. 그러니 비말이 튀겠는가 공기로 전파되겠는가! 더군다나 공연 내내 마스크는 필수 착용이요 객석도 한 칸 띄어 앉기가 아닌 3미터 이상 떨어져 앉아 밀집, 밀접, 밀폐되어 있지도 않다. 음악은 시간예술이다. 그 말인즉 정해진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 음악인들은 다른 여타 직업군들보다 지정된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혼신의 연주를 펼치기 위해 집중과 몰입을 한다. 10분 연주를 위해 100시간, 1000시간, 일만 시간을 넘어 평생 연습하고 학습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의 사정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 부득이한 연기는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쌓아올려야 하는 고행의 반복이다. 코로나로 인해 정성스레 준비한 연주회를 눈물을 머금고 연기해야 했던 연주자의 심정을 헤아리는가! 본인의 잘못과 부주의, 연습부족도 아닌 천재지변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연기와 취소에서 오는 좌절감, 그 허탈감과 허무는 누가 보상해주고 어떻게 다시 극복할 것인가! 

마스크를 쓴 채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단원들

끝으로 이런 시국일수록 음악회를 해야 하고 문화예술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겠다. 코로나의 공포 속에 무기력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해 선봉에 서서 용기를 북돋고 아름다움을 선사해야 하는 건 예술가의 막중한 의무다. 2차 세계대전 런던 대공습 267일간에 언제 머리 위로 적국의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와중에 미술관에서 열린 음악회는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는 데 큰 위로가 되었으며 전쟁이 지난 후 국왕 조지 6세를 비롯한 영국 국민들은 이때를 전쟁 중에 있었던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전쟁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전전긍긍하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음악으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거다. 위기를 맞아 한데 뭉치고 협력하는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이 국란과 재앙을 이겨내야 한다. 영화 '타이타닉'의 마지막 장면에서 침몰되는 배에서 끝까지 연주하면서 마지막까지 희망과 안식을 선사하는 현악4중주단의 모습, 그게 바로 음악인의 사명이자 음악, 예술의 존재이다. 오늘도 내일도 코로나는 계속되겠지만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특별하고도 평범한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감사와 사랑으로 우리는 음악, 문화예술과 함께 이겨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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