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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누군가 배게 밑에 태엽을 숨겼길래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09.01 15:34
  • 수정 2020.09.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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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누군가 배게 밑에 태엽을 숨겼길래

 

진득해지는 버릇은 어렵지

항상 반 쯤 펼친 책을 뒤집어 쓰던 동생처럼

내게 반성문 쓰는 방법을 알려달라 말했던 장난들 중에

나를 위한 게 없던 것처럼

고장난 시계를 수리하느냐는 질문에

, 라고 대답했던 게 후회되냐고 물었지

나는 누굴 위해 사는 게 좋았고

올바른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지만

토다는 사람이 부러웠다고 말하지 않았어

내 일기를 몰래 읽어줄 동생이 필요했지

남들은 안 먹는 과자를 가방에 넣고

방에 숨겨 놓으면 그게 내 글자가 되어

가끔씩 너를 찾지,

이 많은 걸 누굴 주지

시계 바늘이 고장나면 나를 찾아줘

잠들 시간을 놓칠 때마다 웃어준다면

그때 나는 엄마가 되는 걸까

바닥에 깔린 색종이에 침이 고여와서

두 손으로 입을 틀어 막는 가위가 되어도

겹겹이 쌓여가는 이름을 골라

가장 듣기 싫은 게 네 것이라고

그렇게 불러도 될까

책꽂이에 손톱을 숨겨놓을 거야

내 장난이 모두의 덫이 될 거야

밤마다 나사를 떨어뜨리고 다녔지

꿈에서 배꼽을 숨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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