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 72 ] 금송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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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72 ] 금송 숲
  • 김홍성
    김홍성 ktmwind@naver.com
  • 승인 2020.09.0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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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게스트하우스로 거처를 옮겼다. 이틀 동안 혼자 두부디 곰파 쪽으로 산책을 다녔다. 사흘 뒤에는 북쪽 마을의 동포 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찾아갔었다. 몽사 혼자 있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지만 세 사람 다 없었다. 혹시 만날까 싶어서 일부러 금송 숲을 에도는 먼 길을 택해서 걸었지만 못 만났다. 거처에 돌아오니 몽사가 남긴 메모가 있었다

 

메모는 <짜장면 먹으러 가면서 잠시 들렀습니다.>로 되어 있었다. 몽사는 버스 종점 식당의 차오민을 짜장면이라고 불렀던 게 기억났다. 갑자기 배가 고파진 나도 종점 식당에 가서 차오민을 주문했다.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좀 전에 친구가 혼자 다녀갔다'고 말했다.

"혼자? "

"응, 혼자." 
 

의외였다. 몽사가 외롭겠구나 싶었다. 취생은 스님을 만나자 마자 스님에게 느끼는 신뢰와 호감을 감추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전의 취생은 언제나 몽사를 그림자처럼 따랐는데 스님이 온 후로는 몽사보다 스님과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첫날은 스님 방에서 잤고, 이튿날은 장례 의식이 시작될 때부터 다 마칠 때까지 두 사람이 같이 있었다. 몽사는 촬영에 열중하여 있었기에 늘 그림자처럼 따르던 취생이 곁에 없다는 것을 몰랐다.

 

그날 넷이 같이 화장터에서 내려와 종점 식당에서 차오민을 먹고, 내 숙소를 정하고, 삼툭 마을 그 집에 가서  배낭을 메고 나온 이후 몽사는 마음이 편치 않았나 보았다. 사에 의하면, 취생은 그 날 저녁에 혼자 스님 방에 올라 갔다가 늦은 밤에야 내려왔다. 내가 찾아갔던 날에도 취생은 스님과 둘이 산책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둘이 절친이 되어서 노상 붙어 다닌다고 몽사는 말했다.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표정에 섭섭함이 스쳤다. 화제를 돌리느라고 설산이 보이는 가까운 언덕이 어딘지를 물었을 때, 몽사는 대충 방향만 가리키면서 아침 일찍 떠나서 저녁에나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여서 산책으로는 무리한 코스라고 말했다. 조만간 넷이 같이 소풍 삼아 다녀오자고 했더니 몽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이미 그 길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짜장면 먹으러 가다가 들렀다는 메모를 남긴 날의 다음날 아침에도 몽사가 내 거처에 들렀다. 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 몽사는 내 방 앞마당의 탁자에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고 서서 빨래를 바라보다가 ‘조만간 이 마을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킴 체류 기한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 않으냐고 물으니 가는 길에 잠시 들릴 데가 있다고 했다.

 

다르질링주와 씨킴주의 경계인 조레탕 마을의 개울가에 노천 온천이 있는데, 온천 옆 산비탈 밑에 전설적인 티벳 불교 수행자 파드마 삼바바가 은거했던 동굴이 있다고 했다. 요즘도 가끔 그 동굴을 찾아오는 수행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일단 가서 취재한 후에 바로 다르질링으로 가겠다고 했다.

 

몽사가 가방에서 꺼내 탁자 위에 펼친 지도에는 조레탕이라는 지명이 있었고, 조레탕은 다르질링 주에 인접해 있었다. 나는 지도를 보고서야 몽사로부터 그 온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나도 가고 싶었던 온천 아닌가?

 

“우리, 그러니까 스님과 저도 같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몽사 선생이 취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온천욕이나 하고 있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 실은 스님과 취생을 떼어 놔야겠다는 발상에서 조레탕으로 갈 생각을 한 겁니다.”

“예?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지나치게 스님에게 의존하거든요. 상대적으로 저는 좀 소외되는 느낌이 들고요.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며칠 사이에 자주 들었어요.”

“그럴 리가요. 오해하시는 것 아닐까요? 취생이 외국의 산중에서 무료하던 차에 적절한 대화 상대를 만난 겁니다. 스님이 남의 얘기를 잘 들어 주거든요.”

“아닙니다. 뭔가 심경에 변화가 온 것 같아요. 지금 다시 저에게 붙들어 매 놓지 않으면 영영 잃을 지도 모른다 싶기도 했어요.”

“설마 그런 일이 ……. 우선 차라도 한 잔 합시다. 물 올려 놓고 오겠습니다.”

“아닙니다. 부지런히 가야 됩니다. 광선이 바뀌기 전에 찍을 사진이 있거든요.”

 

몽사는 가방을 다시 메고는 우울한 표정을 지우느라 웃어 보였다. 예전 같으면 취생이 따라 나섰을 상황에 취생이 안 보인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취생은 스님과 함께 있나 보군요?”

“네, 두 사람은 오늘도 소풍을 떠났습니다. 금송 숲으로 갔을 겁니다.”

“금송 숲? 우리도 지금 거기 가 보는 건 어때요?”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빨리 가야합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종점 식당에 가서 짜장면에 뚱바나 한 통 합시다.”

“시간 약속을 못하니 기대하지는 마세요. 볼일 있으면 보시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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