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죠.
그 힘은 무엇일까요?
바로 침묵, 침묵이 하는 일에 동참하실래요?
침묵이 하는 일
- 마 혜 경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33.4m 높이의 느티나무
지난여름 장맛비에 허리가 부러져 속살이 드러났다
시청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갔다
아이들이 모여 술래잡기를 한다
텅 빈 공간 바람이 문병을 오고
햇살이 조용히 왕진을 다녀간 뒤
저기 저 눈에 띄지 않는, 그늘진 곳
초록 가지가 오백 년의 손가락을 펴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생살 찢긴 가지 한쪽을 보며
혀를 차다가
제 머리나 가슴을 쓸어보고
그 누구도 상처에 다가가
말 걸지 않았다
얼마 뒤에 사람들이 와서
시멘트로 사이를 메우고 억지로 받침대를 세운 뒤
나무는 하늘을 다시 보고 섰다
입이 없어져 말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