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마혜경의 시소 詩笑] 침묵이 하는 일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8.24 12:05
  • 수정 2020.08.24 12: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죠.
그 힘은 무엇일까요?
바로 침묵, 침묵이 하는 일에 동참하실래요?

 

침묵이 하는 일

- 마 혜 경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33.4m 높이의 느티나무

지난여름 장맛비에 허리가 부러져 속살이 드러났다

시청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갔다

 

아이들이 모여 술래잡기를 한다

텅 빈 공간 바람이 문병을 오고

햇살이 조용히 왕진을 다녀간 뒤


저기 저 눈에 띄지 않는, 그늘진 곳

초록 가지가 오백 년의 손가락을 펴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생살 찢긴 가지 한쪽을 보며

혀를 차다가

제 머리나 가슴을 쓸어보고


그 누구도 상처에 다가가

말 걸지 않았다

 

얼마 뒤에 사람들이 와서

시멘트로 사이를 메우고 억지로 받침대를 세운 뒤

나무는 하늘을 다시 보고 섰다

입이 없어져 말을 할 수 없었다

 

출처 -경인일보
출처 -경인일보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