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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자유, 꼭 필요한 것만 갖는 삶

조연주 여행작가
  • 입력 2020.08.24 08:38
  • 수정 2020.08.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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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쪽에 위치한 섬, 비양도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
조금 단출하고 소박한 소유가 자신을 가장 자유롭게

 

비양도
비양도

 

비양도는 제주의 가장 서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한림항에서 출발하면 약 10여분 정도 걸리고, 아직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하루에 딱 4번의 배가 뜬다. 제주도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화산이 분출된 섬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찾은 비양도에서 가장 놀란 점은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작은 섬이라서 두 발로 여행하기에 최고로 좋은 곳으로 기억된다.

 

비양도
비양도

 

3.5km 남짓 되는 비양도 해안길을 따라 걸어보면 바다와 완전히 맞닿아 있어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심한 날에는 길 위로 파도가 치기도 한다. 그만큼 바다와 가까이에서 걸어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한라산도 보이고, 그 한라산 능선을 따라 솟아오른 오름들의 선들도 볼 수 있다. 비양도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용암이 분출되어 만들어진 섬이라서 해안가에는 용암해안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비양도
비양도

 

고개를 돌리면 황금빛 가득한 억새가 휘감은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다와 바다 건너 제주 본섬의 올록볼록한 오름들, 바로 옆 억새까지 볼 수 있는 작지만 다채로운 섬이기도 하다.

 

비양도
비양도

 

비양도에는 92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육지 사람이 보기엔 섬 속에 섬에 살고 있으니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을을 산책하며 느낀 것은 비양도 주민들은 삶에 있어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산다는 것이었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는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 (衣食住). 하지만 언제부턴가 여기에 자동차도 필수로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차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고 생계가 걸려있는 사람들에게 차 없이 살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편리와 욕망은 다른 이야기다.

 

비양도
비양도

 

나는 차 없이 4년 째 살고 있다. 차가 있을 때에는 이래서 차가 있어야 해라는 합리화를 많이 했다. 대중교통으로 돌아서 가는 길을 고속도로로 빠른 시간에 갈 수 있고, 버스나 지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점은 분명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 생활에 익숙해 지다보니 조금의 기다림도 힘들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도 현저히 줄었다. 지금은 차 없이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차 없이 사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차가 생계수단이 되지도 않고 크게 불편함도 없다. 살기 복잡한 세상에 조금이나마 골칫거리가 줄어든 기분마저 든다.

누구나 자신의 생활패턴과 스타일에 따라 물건을 소유하고 관리한다. 무조건 적게 소유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 잘 관리하며 심플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만큼 소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완벽하게 관리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조금 단출하고 소박한 소유가 자신을 가장 자유롭게 한다.

 

비양도
비양도

 

차가 없어서 즐거운 일도 꽤 많다. 생활 속에서 걷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힘들게 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보이지 않던 풍경이 많이 보이면서 사진 찍는 취미도 생겼다.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를 몸소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춥고, 덥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면 힘들기도 하지만 1365일 날씨마저 똑같다면 삶이 더 지루하지 않을까. 잠시 멈추어 서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건 걸어 다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비양도
비양도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사는 비양도 주민들을 보며 무엇이 없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끼기 보다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필요와 편리, 욕망을 구분해서 내 삶의 규모를 약간의 편리 정도로 간소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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