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296] SW아트컴퍼니 제2회 국제가곡콩쿠르 후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8.21 09:28
  • 수정 2020.08.21 17: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시: 2020년 8월 20일 목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초동 로얄아트홀
심사위원: 정순도 (작곡가, 상명대학교 뉴미디어음악학과 교수, 심사위원장), 유정(소프라노, 엠파티아보컬앙상블 단장) 김정아(소프라노, SW아트컴퍼니 소속 아티스트), 부서훈(테너, SW아트컴퍼니 소속 아티스트)
참가 인원: 일반부 28명, 결시(3명) = 총 25명
콩쿠르 목적: 우수한 한국 가곡들을 지정곡을 고정해서 곡의 보급과 확산

1등 박원석(바리톤), 2등 김용기(테너) 3등 오현방(테너) 특별상: 강영아(소프라노) & 허영우(카운터테너)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 하루에도 연일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팬데믹에 마음 졸일 수밖에 없었다. 실내 대기 인원과 경연자들 간의 밀접 최소화, 입장 시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 및 손소독제, 뿌리는 소독약 등을 구비한 최선의 방역와 함께 경연자들에게도 경연 전후 이 무더운 날씨에 홀 외부에서 대기를 부탁할 정도였다. 어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전원이 콩쿠르 방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협조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콩쿠르도 공개로 진행해 다른 참가자들의 노래도 객석에서 같이 듣고 영상도 찍고 녹음도 하면서 배움의 장, 성장의 발판, 추억의 장으로 남는 하나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외부 대기 후 경연 바로 전 순서에서 5분 정도 연습실에서 워밍업 후 무대에 올라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으로만 국한하게 되어 여러모로 아쉽기 그지없었다. 콩쿠르가 무탈히 시행되었다는 점을 다행으로 모두 여겨야 되는 현실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콩쿠르 시상식을 마치고 심사위원들과 입상자들의 기념촬영
콩쿠르 시상식을 마치고 심사위원들과 입상자들의 기념촬영

심사평: 열정! 이번 콩쿠르에 참가자들의 면면을 한 단어로 표현한 단어다. 이 힘들고 무서운 시기에 전국에서 자비를 들여 올라왔다. 미리 와서 준비하고 대기할 연습실을 사비로 대여한 참가자, 콩쿠르를 경연이라는 단순한 수단이 아닌 자신의 무대로 승화시켜 버릴 정도로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한 명의 디바로 변신한 여인, 음악 전공을 하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가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과 직장을 걸어가고 있는 20대 청춘,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음악 사랑과 가곡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태도가 귀감이 되었다. 비전공자 대상이라고 했으면서 전공자가 참가한 거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가 빚어질 정도로 현 전문 성악가, 전공자들보다 우월한 실력을 보인 참가자들도 있을 정도로 실력 또한 대단했다. 참가자 평균 연령대가 50대 이상으로 70대 분도 계셨는데 발성과 호흡 그리고 스태미나와 에너지는 부러울 정도였다. 역시 사람은 뭔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청춘이다. 도전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삶은 무미건조하지 않고 매일이 새롭고 도전의 연속이요 축복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좌로부터 특별상의 허영우
좌로부터 특별상의 허영우, 1등 박원석, 특별상 강영아, 2등 김용기, 3등 오현방

기성 세태와 프로 음악가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경종을 울린 무대였다. 콩쿠르의 개최 취지는 '현존 한국 작곡가들의 우수한 한국 가곡의 보급과 레퍼토리화"다. 노래를 업으로 하는 일명 프로라는 전공자들은 노래를 불러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는 기술의 발달과 여러 사회적인 요인으로 음악을 돈 내고 듣는 시대가 지나버렸다. 노래를 듣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대상에게 돈을 낸다. (3년 전의 김호중과 지금의 김호중의 개런티를 비교해보라. 그때는 김호중이 부르는 노래들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같은 노래가 조회수가 천정부지로 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기존 곡의 재탕 아니면 돈을 주는 대상에게 고용이 되어 그때그때의 여건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게 현 음악시장이요 성악가들의 수입원이다. 자신을 불러주고 대상이 없으면 일거리가 없는 파트 타이머에 불과한 마당에 음악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레퍼토리, 한국 가곡의 보급 등은 관심을 쏟을 여력도 없다. 음악대학에서 그리고 유학 가서 몇 년 배운 걸로 평생을 우려먹고 그것도 학계에서나 평가와 강사 취직을 위한 실적물로서나 서로 끼리끼리 평가하고 좋다고 그러지 현장에 나오면 쇼숑이네 댕디네, 볼프네 듣보잡(?) 노래 말고 '오 솔레미오'를 불러야 한다. 그것도 발성과 소리만 크고 거대하게 질러대야 부르는 사람도 좋다고 만족하고 듣는 사람도 호쾌하고 노래 잘한다고 평가하는 후진적인 척도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오페라든, 한국 가곡이든, 슈베르트든 자신이 배우고 잘하는 발성과 소리로만 밀어 부치지 다른 발성과 성량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장소와 규모에 비례해서 소리의 질과 크기를 조절하지도 않는다.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차이가 단순히 20대 초반 일정한 시기에 음악대학이라는 전공학과에 진학, 몇 년 공부했다고 평생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럴 바엔 오늘 콩쿠르에 참가한 비록 음악이 업이 아니지만 자신의 직장과 일터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노래를 즐기고 꾸준히 배움의 길을 걸으면서 인생에 열정과 도전을 다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프로가 아니겠는가!

장시간동안 마스크 착용하며 정성껏 참가자들의 노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공정하게 심사에 매진한 심사위원들
장시간동안 마스크 착용하며 정성껏 참가자들의 노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공정하게 심사에 매진한 심사위원들

향후 계획: 부르지 않는 노래, 듣지 않는 노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한 불과 100여 년 전 우리의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가 이태리나 일본 등 외국에 가서 배워온 노래를 그대로 답습하여 흉내 내면서 시작한 우리 클래식 음악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이날의 창작곡을 공부하고 익히기 위해 콩쿠르 참가자들이 음원과 악보를 얼마나 많이 보고 모범답안으로 참조하였겠는가! 내년 3회 때는 올해 코로나 때문에 폐지시켰던 전공부를 무슨 한이 있더라도 꼭 부활시키겠다. 올해도 10건의 신청이 있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참가비를 반환하면서까지 개최를 자제했다. 일반부가 전반적으로 중장년층에서 신청을 많이 한다면 전공부는 20대가 주를 이룬다. 이들이 지금 익히고 배워두고 체화한다면 20-30년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지금 만들어지고 부르는 노래들이 이 땅에 정착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노래방에서 그리고 술 마시고 즐겨 부르는 가사 들들 외우는 노래가 있다면 그 노래를 어떤 과정을 거쳐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아님 전공자로 지금 눈 감고도 입이 닿도록 부른 노래가 있다면 처음부터 그 곡을 좋아서 본인이 선곡해서 익혀나갔는지 아님 입시, 콩쿠르, 과제, 유학, 오페라 출연 등 어떤 목적성을 띠었는지 분석해보라! 11월 8일 일요일 저녁 나루아트센터에서 예정된 '우리노래펼침'이 정기연주회에서 올해 1등한 테너 박원석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치며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콩쿠르는 내년도 실시된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자. 콩쿠르 지정곡 2개 미리 공개한다. <봉정사>와 <바람이 잠든 곳>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