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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회의진행

이상훈 전문 기자
  • 입력 2020.08.0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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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들은 어떻게 회의를 할까?

나름 회의전문가라고 하는 전문 퍼실리테이터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회의를 하면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한국퍼실리테이션포럼의 회원들이 모여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비정형 유형의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이 될 때 참조하면 좋을 것 같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전문교육과정을 개발하기로 하고 한국퍼실리테이션포럼의 회원들이 격주로 수요일 저녁에 회의를 하고 있다. 여느 비영리단체의 회의처럼 익숙한 장소에서 만나 김밥을 먹으면서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을 한참 얘기하다가 한 분이 주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주제가 없이 이제까지 합의된 교육과정 과목의 순서대로 각자 준비해온 내용을 실제 강의 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 약속에 대한 각자의 기억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강의 시연 준비를 해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나중에 모든 교육내용을 모든 회원이 돌아가며 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각자에게 배분된 강의안 작성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고민은 비슷했다. 각자의 고민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다 보니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의견이 분분하여 회의 결과가 제대로 나올지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 참석자 중에서 한 명을 퍼실리테이터로 제비뽑기하여 진행해 보자고 제안하여 한 명이 갑작스럽게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퍼실리테이션은 의뢰자의 요청을 받아 회의설계를 하여 진행한다. 그런데 오늘처럼 갑자기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의 퍼실리테이터는 미리 준비된 것처럼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각자 원하는 결과물을 말하게 한 후 화이트보드에 이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1시간 이내에 할 수 있는 결과물인지 검토한 후, 함께 수행한 퍼실리테이션 사례를 점검하여 참석자간 인식을 통일시키는 것으로 요약했다.

참석자들은 기억나는 대로 함께 수행한 퍼실리테이션 사례를 말했고 퍼실리테이터는 이를 화이트보드에 받아 적었다. 10개 정도의 사례가 나온 후 분류기준을 의뢰자 유형별로, 그리고 주제 유형별로 해 보자고 제안했다. 참석자의 동의를 받은 후 각 사례를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 2개의 분류기준을 조합하니 6개의 조합이 나왔고 각각의 조합별로 1~2개의 사례가 정리되었다. 물론 이 절차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중간에 절차 혹은 활동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거나 혹은 특정 방향성을 갖는 것에 반대의견을 제기하는 참석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의 우호적인 지원을 받아 도전을 극복하고 즉흥적으로 기획된 대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례 정리의 담당자를 사례별로 정함으로써 다음 회의에서 무엇을 할지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또한 다음 회의의 퍼실리테이터를 제비뽑기로 정한 바, 불운하게도(?) 오늘 퍼실리테이터했던 분이 다시 당첨되었다. 오늘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왜 사례를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 요약이었던 것 같다. 즉, 함께 수행한 사례의 정리를 함으로써 함께 강의할 내용을 통일되게 각자 작성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표현이었다. 갑자기 퍼실리테이터로 선정되어 비정형주제를 깨끗하게 퍼실리테이션한 모습에 모두 감탄한 것 같았다.

비정형주제의 퍼실리테이션은 퍼실리테이터의 기본 소양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 논의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설계할 수가 없다. 핵심질문을 던져 참석자의 의견을 경청한 후, 모든 참석자의 관점이 포함되도록 정리한 후 다음 단계의 활동으로 넘어가야 한다. 오늘처럼 짧은 시간에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퍼실리테이터가 질문하고 경청하는 활동은 기본이다. 오늘의 진행방식, 특히 결과물에 대한 선합의 후 활동을 이어가는 절차는 비정형주제 진행의 좋은 사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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